네팔 이야기
네팔 이야기
  • 김종일
  • 승인 2014.10.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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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우리나라가 네팔에 지원하는 국가원조사업과 관련해서 네팔에 다녀왔다.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의 1인당 소득은 550달러 정도로 아시아 최빈국으로 알려졌으며, 절대 빈곤층이 국민의 1/4을 넘는다고 한다. 수공업 이외의 산업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고, 최대 수입원은 해외로 나간 네팔 노동자들이 송금해주는 돈이라 한다. 관광객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일천만을 넘어섰지만, 네팔을 찾는 관광객은 오십만 명 정도에 그친다.

 가끔 네팔과 같은 후진국을 방문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놀랍게도 네팔에는 헌법이 없다. 2008년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체제가 바뀐 뒤에, 집권 세력들 사이의 알력으로 헌법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헌법이 없으니 하위법을 만들 수도 없어, 국가의 중대사는 특정 위원회의 의결의 형식으로 결정되고 추진된다. 1년 정부 예산이 채 1조원도 안 된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이라는 주제는 필자가 아는 바 없으니 차치하고, 사람이 사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권이나 보건 그리고 교육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너무나 열악하다.

 네팔이 안고 있는 많은 난제들의 핵심이자 또 해결의 단서는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네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전기가 안 들어오니 도대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전기 없이 산다고 생각해 보라. 당연한 얘기다. 네팔의 발전 능력은 우리나라의 백분의 일도 안 된다. 전기의 혜택을 받는 인구가 50% 정도이고, 그나마 전기가 들어가는 지역도 하루 평균 16시간은 정전이다. 전기가 꼭 필요할 때는 안 들어온다고 보면 맞다. 전기의 양도 절대 부족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더 엉망이다. 산이 많은 나라이니만치 석탄과 같은 에너지 자원이나 기타 광물들도 상당량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국가 차원의 조사조차 이루어진 적이 없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도 모른다.

 전기가 턱없이 모자라니 수공업 이외의 일체의 산업이 설 자리가 없다. 모든 공산품은 수입한다고 보면 맞다. 전기가 없으니 대학이든 연구소든 전기가 필요한 연구는 손을 못 댄다. 전기가 공급되면 간단한 생필품부터 자급자족하는 산업체계가 만들어져 경제적 자립에 도움을 줄 것이며, 이에 따라 상당한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다. 또 전기는 네팔의 보건과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네팔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90% 정도가 장작과 소똥이다. 이것을 집안에서 태워 난방과 취사를 하는 상황이니, 네팔의 가옥 구조상 보건과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네팔 정부 자체의 보고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이 모든 집안 대소사를 담당하는 네팔의 전통문화 탓에 전기가 보급되면 땔감을 마련하는 등의 허드렛일이 줄어 여성 인권신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땔감 마련을 위한 벌채도 줄어들 것은 당연지사다.

 네팔 측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구밀집지역은 중대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해서 전기를 공급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주로 태양광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아직은 상대적으로 비싼 태양광 발전을 하겠다고 해서 언뜻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네팔이 고지대에 위치해 있고 워낙 산세가 험해서 고압 송전탑을 건설해서 장거리 송전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저런 비용을 고려하면 태양광 발전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평가이다.

 네팔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한국을 모델로 네팔의 성장을 이루어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네팔의 위정자들도 이런 문제들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터인데, 공화정이 들어선 지 8년이 지났건만 아직 헌법조차 만들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정치는 이미 마스터한 것이 분명하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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