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은 영글어 가는데…
가을 들녘은 영글어 가는데…
  • 황경호
  • 승인 2014.10.07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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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년 만의 때 이른 추석이 어느덧 한 달여가 훌쩍 지나면서 들녘은 풍성한 가을 풍경을 멋지게 연출하고 있다.

 그야말로 하늘은 높고 푸르며 도로변 코스모스는 흐드러지게 피었다.

 제 맛이 덜 들어 퍼석거리기만 했던 사과나 배 등 과일은 어느덧 단 내음이 가득 찬 제철 맛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고 들녘 벼와 가을작물 등은 노란 물결로 풍년가를 예약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렇듯 풍요로운 가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받아들여 즐기기에는 너무도 혼돈스럽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세월호 사고를 비롯하여 그에 따른 갈등으로 우리 사회가 고통 속에 허덕이고 있다.

 사건 해결을 위한 빠르고 속 시원한 방법을 모색하고 이로 인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기보다는 각계각층에서 제 목소리 내기에 혈안이 되면서 갈수록 사회가 대결구도로 빠져들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을 둘러싼 논쟁으로 국민들 역시 걱정이 앞선다.

 특히 정부의 담뱃값과 자동차세, 지방세 인상안을 계기로 증세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서민증세 부자 감세론까지 제기되면서 사회적 갈등은 점차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보건의료 관련 일자리 창출이나 의료소비자의 서비스 증대 등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각종 제도 개혁 및 입법 노력도 이해당사자들 간의 다툼으로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8월 초에는 대체의학 합법화를 주장한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보고서에 한의계가 크게 반발했는데 진흥원은 ‘보건의료산업 시장분석 및 규제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내 대체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체계와 자격제도 신설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내용은 국무총리실 산하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도 보고됐다.

 이에 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무책임한 대체의학 합법화 추진은 결국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막대한 재정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며 발끈했지만, 진흥원은 체계화된 교육체계와 자격제도를 갖추고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 해외사례 등을 봤을 때 반대 주장의 설득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제도화된 보건의료 관련 직종들도 각각의 영역확대 및 방어 등을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지면서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논란을 놓고 치료사들은 현행 제도하에서는 환자들이 오직 병원에서만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 이는 물리치료비 외에 진찰료를 같이 지불해 비용낭비를 초래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편의 증진과 일자리 창출 등의 측면에서 물리치료사 단독개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시기상조라며 수용하지 않고 있는데다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 등의 이해당사 의료인 반대에 부딪혀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

 한방물리치료사 도입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한의사는 지도권이 없어 물리치료사를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한의원에서는 간호조무사에게 물리치료를 시키는 등 편법을 사용해오고 있어 정부가 한방 물리치료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부처는 내년에 한방 물리치료사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관련법을 개정, 오는 2018년 한방 물리치료사 국가시험을 처음으로 치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재활의사와 물리치료사들의 도입 반대로 많은 갈등이 예고된다.

 이외에도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은 너무 많은데 대부분 갈등은 각 이해당사자들의 이익 부합 여부에 따라 표출되고 있다.

 물론 사람이 사는 사회이니 순자의 성악설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적당한 갈등과 이익 추구 등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대부분 속내를 감춘 채 자신들의 주장 관철에 국민 편익이나 국민 보건 위협 등을 앞세운다. 특히 이러한 논리 적용 기준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등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이 빈번하다.

 정말 각각의 행태를 볼라치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기 일쑤다.

 자연은 비록 가끔 이상기온이나 광란의 폭우를 기록하더라도 때가 되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풍성한 결실을 제공한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 갈등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듯하다. 이는 순리를 찾아간다는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것이다.

 가을 들녘이 풍요롭게 변한 것처럼 우리 사회의 갈등도 이해당사자들 간의 상호 배려와 이해 속에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올가을 튼실한 결실이 맺혀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너무 과한 욕심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황경호<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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