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녘을 바라보며…
황금들녘을 바라보며…
  • 박종완
  • 승인 2014.10.07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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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명한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황금 들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지고 일년 농사의 결실을 앞둔 농민들의 여유롭고 넉넉한 모습이 무척이나 좋아 보인다.

 예전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잎 사이로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푸르다 못해 청명한 가을 하늘에 고추잠자리가 놀던 그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아 시골학교 그림그리기대회의 좋은 소재거리가 되어 그려지곤 했다.

 요즘 모지자체에서 지평선 축제를 통해 메뚜기 잡기, 도롱이 쓰기, 소 달구지체험 등 6,70년대 농촌의 생활상을 체험과 함께 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의 마음속 추억들을 되새기곤 한다.

 예전에 비해 농촌도 많은 것이 변했다. 경지정리를 통해 천수답 및 다랑이 논을 없애고 기계화 경작로로 인해 대량생산의 기틀을 마련하고 농기계가 현대화되어 농민들의 일손을 덜어주었을 뿐더러 수확량이 늘어 농촌생활이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되었다.

 필자는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관계로 어려웠던 시골생활이 가슴속에 남아있어 힘들 때마다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고 했었다.

 그땐 경운기도 없는 시절이라 논밭에 모든 동력을 소가 대신했다. 그러므로 농촌에서는 소먹이는 일이 큰 일 중에 한가지였다. 작두에 먹기좋게 적당히 풀을 썰어 큰 가마 속에 넣고 쌀겨 및 늙은 호박 등을 넣고 쇠죽을 끓여주면 콧바람을 내며 맛있게 먹는 누렁이의 모습이 친근하다. 농부와 누렁이의 애틋하고 가슴 먹먹한 영화, 워낭소리를 시골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라면 감명깊게 보았을 것이다. 예전 시골 행랑채엔 소막이 나란히 두 곳이 있는데 큰 소는 일소이고 작은 소는 일소 대비용으로 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많은 논을 일일이 쟁기로 갈고 써레질을 통해 모내기를 하신 아버지의 고단함과 인내심이 대단하단 걸 새삼 느낄 수 있다.

 집안에 논을 산다거나 대학등록금을 낼 때가 되면 일소를 팔아 부족한 금액을 충당하는데 그때는 작은 소가 일을 대신했다.

 그런데 작은 소는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 쟁기질이 서툴고 앞에서 끌지 않으면 논갈이를 할 수 없었다. 코뚜레에 긴 줄을 매어 하루종일 끌다 보면 어린 다리가 퉁퉁 붓곤 했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소가 길들어 조금은 수월해진다. 가끔 얕은 수렁이라도 나오면 금세 알아채고 안 가려고 발버둥치는 소를 아버지와 함께 앞, 뒤로 끌고 밀며 고함을 치시곤 하셨다. 오후 새참이 되어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고 참 좋다 하시면 약간은 목소리가 쇠어 있어 어린 마음에도 짠할 때가 많았었다.

 아버지 몰래 남은 막걸리를 마시고 취한 것인지 흥에 겨운 건지 모르고 소를 끌던 기억이 생생하다. 부농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육 남매가 방과 후에 꼴을 베어 쇠죽을 끓이는 일, 산에 가서 땔나무를 하는 일, 부엌에서 저녁준비를 도와주는 일등, 공부와 집안일을 병행하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성실하게 하곤 했었다.

 현재 쌀시장 개방으로 인해 농민들의 마음이 불편하다.

 이번 2014년까지 쌀시장 개방 유해기간이 만료되어 내년부터는 정부가 최소시장 접근 물량을 늘려 유예기간을 늘리는 방법이나 아예 쌀시장을 개발하되 관세를 매기는 방법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도 100% 소비가 안 되어 남아도는 시점에서 쌀 개방하면 중소농민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농사인구가 고령화되고 감소하는 마당에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들 한다. 요즘 각 지자체에서 귀농인들에게 농촌개방대학 등의 강좌를 통해 새로운 정보. 경험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봉사단체나 각 직장에서도 일사일촌 가구기와 농번기 일손돕기행사를 통해 많은 부분을 돕고 있다. 도시와 농촌을 연결한 직거래 장터인 로컬푸드매장등을 통하여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요즘 젊은 학생들은 쌀 한 톨이 생산되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는 농부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생산되는지 모를 것이다. 어느 한 곳도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다. 농촌도 많이 변했지만, 그 근본은 땅에 있을 것이다. 농민들의 흘린 땀이 좋은 결실로 이어졌을 때 풍년가를 부를 수 있는 살기 좋은 농촌이 될 것이다.

 박종완<계성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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