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변화를 통한 건전한 인터넷 문화 유도
사회적 변화를 통한 건전한 인터넷 문화 유도
  • 김현수
  • 승인 2014.10.02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인터넷 사용자들, 특히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뉴스가 있었다. 검찰이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을 천명하며,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 수사팀을 조직하여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여러 언론매체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에 대해 많은 비판여론이 형성되었고, 검찰은 사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수사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부정적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행위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으며,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악의적이고 인신공격성 글들은 표적이 되는 대상을 고통에 빠뜨리고, 심한 경우 극단적 결정을 내리게 하는 등의 반사회적 작용이 있기에 이러한 행위들을 어떤 식으로든 멈추게 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검찰의 발표가 비난을 받는 것은 그 결정이 내려진 시기가 대통령의 인터넷 댓글 관련 언급이 있고 난 직후라는 사실과 정치적 반대 의견에 대한 탄압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일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민들이 소위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두 정치세력의 충돌 양상과 이를 대변하는 정치적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신문 지상이나 방송 매체 등 소위 제도권 언론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 업체의 토론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슈에 대한 논쟁과 모든 기사에 대해 짧은 의견을 쓸 수 있는 댓글들이 정치적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사이버 여론의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이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SNS가 보편화하면서 개인이 독립적 공간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시하고, 동조하는 사람들과 그룹을 형성하며 그 의견을 확산시키는 형태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10여 년의 기간에 인터넷 사용 양상은 이렇게 급속도로 진화해왔고, 이제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만 있으면 누구나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면서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물리적 경계가 없고 비교적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환경에서 제약 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실제로 일부 누리꾼들로 하여금 루머성 보도나 매우 편향적이고 극단적인 시각을 여과 없이 전달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기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심리적 고통을 겪게 하는 경우 어떤 식으로든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진정한 근원이 무엇인지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의견 제시와 확인되지 않는 사실의 유포는 사이버 공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어쩌면 거의 모든 국민들이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같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유사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부정적이지만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는 특정 정치집단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반감을 갖고, 자신이 지지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합리화하는 사회 정서가 한몫하고 있다. 이 외에도 쉽게 보수와 진보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여러 신문사들은 자신들과 반대 성향이 있는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부정적 기사를 생산해내는데, 때로는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보도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젊은 층이 다수를 이루는 누리꾼들이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편향적이고 공격적인 보도와 주변의 지도자와 어른들의 일방적인 발언만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반복에 의한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일탈적 행위를 단속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국가 전체의 정치사회적 행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뿐이다. 뿌리는 멀쩡한데, 잎과 가지만 잘라낸다고 잡초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 사실적이면서도 편향되지 않은 토론을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사회 분위기의 변혁은 매우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기에 필자의 부족한 식견으로는 이 원고를 작성하는 동안의 짧은 고민으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쉽게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정치지도자로서, 성인으로서, 또한 부모로서 우리 모두가 이에 대한 고민이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