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성숙한 인격을 만든다
고통은 성숙한 인격을 만든다
  • 박민철
  • 승인 2014.09.22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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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고해(苦海)’, 즉 고통의 바다라고 비유한다. 이는 삶이 끝없는 괴로움의 연속이라는 말로 인생의 고단함을 설명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힘들 때 스트레스가 많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삶에서의 변화’를 말하는데, 우리는 변화가 일어나면 이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는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화들을 겪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많고 고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에 주어진 이 변화, 물론 내가 태어나는 것처럼 많은 것들이 주어지겠지만 그중에는 내 스스로 변화되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런 변화를 도움과 보살핌을 잘 받고 긍정적으로 잘 처리하면, 성장, 발달, 성숙해 가는 것이고, 이 변화를 도움과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잘못 처리하게 되면 상실, 좌절, 우울, 퇴행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개인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매우 심각한 고통과 불쾌감을 주는 스트레스 경험을 심리적 외상(trauma)이라고 한다. 특히 어린 시절의 여러 가지 경험들, 즉 사랑스런 돌봄의 결여, 부모 사망과 같은 중요한 사람과의 이별과 상실, 학대, 폭행, 유기, 학업 및 친구관계 실패, 왕따 등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경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심리적 외상을 겪으면서 같은 방식으로 대처,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고통스러운 사건에 직면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극심한 충격으로 눈물을 흘리고, 식욕을 잃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는 등 우울한 기분이나 불안 등 고통스러운 정서를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에 대처하는 행동들은 달라진다. 심각한 경우 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면, 대인관계를 피하고 술독에 빠지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심하면 죽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초반에 우울과 불안한 기분을 보이지만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충격을 받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역경을 경험한 후,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경험이 어떻게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취약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떤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고 견디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에 대한 강점과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또한, 스스로 어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면서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커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고통을 통해서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과의 지지와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이 높아져 친밀감이 증가하고 이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외상 이후 자신의 인생관이 변화하게 되고 삶에 대한 감사와 실존적인 자각이 증가하고,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엄마가 유사한 상황에 놓인 다른 엄마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지지와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나, 암 선고를 받은 후 이제까지의 시간을 돌아보고 삶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이전에는 미처 돌보지 못한 가족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가족 관계가 돈독해지는 사례 등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원치 않은 혹은 예상치 못한 고통스러운 사건을 경험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고통스럽고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한 뼘 더 자라있는 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민철<전북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원광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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