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 서정숙
  • 승인 2014.09.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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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한가운데에 주민이 거주하는 한옥 700여 채가 있는 마을에 조선왕조를 창업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된 경기전,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의 전동성당, 현존하는 향교 중 가장 큰 ‘성균관 스캔들’의 향교,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오목대, 남고사를 중심으로 약 3㎞ 이어진 성벽인 남고산성, 전통시장, 영화의 거리, 쉬리와 수달이 서식하는 맑은 천, 아름다운 순례길 치명자산, 각종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공연이 있고 각양각색의 먹을거리가 밀집되어 있는 곳 이곳이 어디일까요?

 전통과 근대가 야릇하게 어우러지고 각종 편의시설 등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도심 한가운데서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곳, 쉬엄쉬엄 걸어서 30분 내에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밀집되어 있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맑은 천을 산책하고 전통시장을 둘러보고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영화의 거리를 거닐면서 근대사적지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은 전국의 관광지 중 전주 한옥마을이 유일하지 않을까?

 특별한 여행준비 없이 가족과 평상복으로 훌쩍 떠나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들 내외와 손자들과 하룻밤을 아파트가 아닌 한옥에서 막걸리 몇 잔 나누면서 세대별로 각자 다른 한옥에서의 추억거리를 나누고 오순도순 한집에서 자면서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곳, 마음껏 마당에서 뛰어놀아도 층간 소음으로 신경 쓸 일 없는 곳이 바로 전주 한옥마을 체험이다.

 아침에 일어나 뭐 먹을까 고민하는 주부들의 고민 없이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고, 실개천을 따라 뚜벅뚜벅 거닐면서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고, 골목골목을 느릿느릿 거닐면서 담 너머 기웃기웃 넘겨볼 수 있는 정겨움을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곳이 전주 한옥마을 체험이다.

 실개천에 발 담그고 노는 손자 손녀 손을 잡고 더위를 같이하고, 길거리에 널려 있는 각종의 창의 음식이 난무하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먹을 것 입에 물고 편하게 길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편안함이 있고, 눈이 하얗게 내려앉은 나지막한 하늘을 보며 걸을 수 있고, 노란 은행나무 잎이 아름다워 가을을 만끽하고 콘크리트 건물을 벗어나 시야가 트인 하늘을 볼 수 있고 느린 숨을 쉴 수 있는 곳이면서 노래방도 막걸리 집도 한정식도 영화도 볼 수 있는 곳이 전주 한옥마을이다. 여기에 국제슬로시티와 관광의 별 그리고 음식창의도시까지 더했으니 이를 능가할 만한 관광지가 있겠는가.

 반면 전주한옥마을의 문제점으로 극심한 교통 및 주차난, 비싸고 불편한 숙박시설과 지나친 상업화와 환경오염을 꼽고 있다. 많은 사람이 찾는 유명 관광지에서 이런 문제점들이 없는 곳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보자.

 첫째 극심한 교통 및 주차난 해결을 위해서는 주차 예약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해 본다. 한옥마을을 체험하는 대부분 관광객들은 한옥숙박을 예약한다. 한옥숙박을 예약할 때 주차장도 같이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예약상황을 인터넷으로 공개한다면 점차 예약제에 의한 주차장 운영이 자리 잡아 갈 것이다. 예약자만이 한옥마을 주차장을 들락거릴 수 있으므로 한옥마을 진입로가 막힐 리가 없다. 예약을 하지 않은 차량의 경우 전주시내에 널려 있는 다른 주차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시스템으로 구축된다면 주차장 진입을 위한 한옥마을 진입로가 막힐 리가 없고, 그래서 수월하게 운행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둘째 비싸고 불편한 숙박시설의 경우는 한옥은 원래 아파트보다 불편하다. 이 불편함을 체험하는 것이 관광자원이다. 옛날 방식의 퍼대식 화장실이 현대의 수세식 화장실로 진화되어 방마다 관광객의 수요에 맞게 설치되고 또한 각 방에 냉방기가 설치되는 등 저절로 수요에 따른 공급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숙박료는 천차만별이다. 일일숙박 만 원 이하의 유스호스텔이 있고 또 수십만 원을 들여 한옥 한 채를 빌려 온 가족이 잔치하는 곳 등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일찍 계획을 수립하고 예약하면 좋은 가격과 원하는 좋은 시설의 한옥에서 숙박할 수 있다. 숙박료가 싸냐. 비싸냐의 문제와 불편하냐의 문제는 수요와 공급 시장에 맡겨 놓으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이지 타인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전주기전대학이 경영하는 동락원의 경우 아주 옛날도 아니지만 조금 전 시대를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동 화장실과 공동 샤워장을 십여 년 운영했으나, 관광객들의 벌떼 같은 항의로 방별 화장실과 샤워장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시장에 맡겨 놓으면 수익을 위해 진화할 수밖에 없다.

 셋째 지나친 상업화와 환경오염 문제이다. 지나침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막연한 표현임에도 상업화란 사전적 의미로 이윤을 추구하는 상거래 형식이라고 하는데 한옥마을을 관광자원화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주민의 소득증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상업화하지 않고 소득을 증대시킬 방법이 무엇인가. 이윤을 추구하는 상거래가 상업화라는데 과연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가 또 과연 멈춰야만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업화는 타인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에 맡기면 될 일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한옥마을에서 사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년 전의 골목길과 지금의 골목길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나날이 깨끗해지고 정비되고 재미있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고속버스터미널을 가기 위해 탄 택시의 기사가 하시는 말이 귀에서 맴돈다. “전주는 시민 대비 택시가 많은 도시인데 한옥마을 때문에 먹고삽니다. 참 감사할 일인데 많은 전주시민들이 감사함을 모르고 있어요.” “요새는 한옥마을 때문에 먹고 살만해요.”

 서정숙<전주 기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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