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시행 10년을 보는 단상
고용허가제 시행 10년을 보는 단상
  • 윤진식
  • 승인 2014.09.14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하는 이른바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시작했는데, 민간을 통한 취업 알선으로 인한 송출 비리, 불법 체류자 급증으로 인한 사회 불안으로 2004년 8월 17일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고용허가제는 일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방문 취업제로 구분된다. 해외동포와는 달리 외국인 고용허가제 근로자는 귀국 이후 사업장 변경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취업할 수 있는 업종도 제한적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용 허가제를 통해 장기 4년 10개월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성실재입국 기회가 부여된다면 최장 9년 8개월을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자료를 통하여 살펴보면, 2014년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56만명이며, 이중 전북지역의‘외국인주민’은 약 4만명, 외국인 근로자는 1만명으로 파악되었다. 도내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로 단순노동에 종사하는데, 약 70% 정도가 단순노동이나 제조업체에 근무하고 있으며, 농축산업 16%, 건설업 11%, 어업 1.4% 등으로 나뉜다. 특히 도내에는 타지역보다 농·축·수산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많은데 이들의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3조(근로시간, 휴게, 휴일 적용제외 규정)의 적용을 받아 평균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런 장시간 근로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체들이 최저임금만을 지급하며, 시간 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농ㆍ축ㆍ수산업 종사자는 근로기준법 제63조 규정에 따라 장시간 근로를 시킬 수 있고,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시에도 50%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무방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농ㆍ축ㆍ수산 외국인근로자들 중 많은 근로자들이 비닐하우스, 축사 등에서 일하며 숙소는 배안, 농막, 축사 옆 컨테이너 등 불법주거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후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이 산업연수생 제도 시행 때보다 대폭 신장됐고 송출과정의 부정· 비리가 강력하게 차단되면서 송출비용이 줄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기도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싸워 온 여러 노동, 시민, 인권 단체들은 고용허가제 폐지와 이주노동자들에게 완전한 사업장 이동의 자유, 5년 이상의 기본적 체류 보장, 가족을 동반할 수 있는 권리,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정주 권리,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차별 없는 노동관계법과 사회보장법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거짓으로 약속하거나 부풀리는 고용주나 인력회사들을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을 이미 시행 중이다. 또한 독일도 2차 세계대전에서 폐허가 된 나라를 부흥하면서 터키와 폴란드 등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유치했고,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에 광부 8,000명, 간호사 1만1,000명을 송출한 바 있다. 이 당시 독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임금이나 노동시간 등에서 자국 노동자들과 거의 같은 조건으로 대우해 주었고 이런 방식으로 독일은 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와 위상을 높여 왔다는 사실에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현 추세가 지속한다면 2030년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2030년에는 고령인구 1명당 노동연령인구가 2.7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성장 잠재력 유지를 위해서는 저숙련 외국인력의 대량 유입이 불가피하다. 부족한 노동력 공급을 위해서는 출산 아니면 이민정책이 있을 뿐이다. 이제 외국인력 수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향후 세계는 국경의 벽은 점점 낮아지고 다민족사회는 필연적으로 도래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경제적 영토, 문화적 영토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산업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제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 산업의 동반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노동자들과 함께 경제발전의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젠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열린 마음으로 합당한 대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들이 주민과 공생할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드는 일에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윤진식<공인노무사/법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