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견의 보이차이야기] 1. 보이차(普?茶)란
[김세견의 보이차이야기] 1. 보이차(普?茶)란
  • 김세견
  • 승인 2014.08.21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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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와 차. 화가와 술. 동일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인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창작활동을 하는 화가들은 차와 술과 가깝다. 이 가운데 수채화 부문 한국화단에서 중견으로 평가받는 김세견 화백에게 있어 보이차는 창작의 하나이자 삶의 일부가 됐다. 이에 본보는 20대 청년작가시절부터 보이차 매력에 심취해 있던 김세견 화백이 지난 2000년대 들어선 아예 기호 차에서 한 단계 끌어올인 치료목적의 보이차 연구에 주력한 과정의 이야기를 직접 소개하는 ‘김세견 화백의 보이차이야기’ 란을 신설, 연재해 나간다. <편집자 주> 

 보(普)는 ‘땅’을 가리키고, 이(?)는 ‘먹거리’란 뜻이다. 보이란, ‘땅에서 나는 먹거리’라는 말이다. 보(普)란 ‘넓다’란 뜻이 있다. 그것도 아주 광대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곧 중국 서남부와 인도 동부, 그리고 동남아시아 일대를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사천성, 귀주성, 운남성, 광서성, 광동성과 인도의 아샘주, 그리고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태국,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싱가폴 일대를 포함한다.

 보(普)의 원래 음가(音價)는 중국식 발음 ‘푸(pu)’가 아니고 ‘보(boh)’이다. 그래서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도 이 모든 지역을 망라한다. 이(?)에 대해서는 ‘강’이름이라는 설이 있으나 이는 아이니족이라는 소수민족의 이야기에 국한되므로 타당한 이름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지역을 무대로 살아간 주류 민족은 서남이(西南夷) 혹은 백이(白夷)이기 때문이다. 이 민족은 차를 많이 마셔 이가 검었기 때문에 ‘흑치(黑齒)족’이라고도 불리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이(?)는 나무에서 돋는 먹거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본다.

 보(普)라는 지명은 우리 역사에도 등장한다. 가락국기에 수로왕과 결혼하여 황후가 되는 허황후(許黃玉)의 시호가 보주태후(普州)다. 지금도 김해에 있는 그녀의 무덤엔 ‘가락국수로왕비보주태후허씨능(駕洛國首露王妃普州太后許氏陵)’이라 적혀있다. 허씨가 대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인도설, 태국설, 사천설과 운남설이 있는데 이 모든 지역이 보(普)에 속해 있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망한 뒤 부흥운동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갑자기 등장하는 흑치상지(黑齒尙之)란 장군이 있다. 흑치는 보(普) 출신임을 가리키고, 상지는 그의 이름이다. 임존성을 근거로 백제를 부흥시키고자 고군분투하다가 결국은 당에 항복하게 되나, 당나라에서도 중용되어 여러 큰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된다.

 지금의 보(普) 땅에서 한반도까지는 수륙 만 리이다. 이 먼 거리를 홑몸도 아니고 병력을 이끌고 왔는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백제의 강역이 한반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보이차의 연원에 관하여 중국 서적 중에 보이차가 명나라 때 설치된 관청인 보일부(步日府)의 보일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보일(步日)의 한자어 독음은 ‘뿌르’로 보이(普?)의 독음인 ‘푸얼’과는 완전히 다르다. 보이차가 중국차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중화주의의 또 다른 표현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서 한 번 짚고 나가야 할 것은 우리 국가인 고구려가 중국 국가가 아니듯이 보이차도 중국의 차가 아니다. 보이차는 서남이(西南夷)들의 차다.
 

 ◆필자 김세견은 한국화단(수채화)에서 중견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진 화가로, 국내외 화단에서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창작과정에서 보이차의 매력에 심취, 지난 2005년부터 치료 목적의 보이차 연구를 시작해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고, 현재 석다담소(石茶啖笑) 회주와 차마루 교육담당으로 보이차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이 연재는 김 화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보이차 탐구모임 ‘프얼티클럽’과 ‘차마루’에서 자료를 지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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