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에 대한 금융회사의 생각도 바꿔라
리스크에 대한 금융회사의 생각도 바꿔라
  • 이병화
  • 승인 2014.08.0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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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론까지 들먹이며 우리 사회가 온통 새롭게 변할 것처럼 떠들썩하더니만 세월이 감에 따라 세월호 참사도 그간 있었던 수많은 사건사고중의 하나로 치부되는 듯하고 사회전반적으로 일었던 변화와 개조에 대한 각오도 매번 반복되는 신년 초의 다짐처럼 작심삼일의 하나로 치부되는 듯한 분위기다.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책무로 삼고 있는 국가에서는 이를 유야무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여태껏 관행적으로 유지되던 각종 부조리와 불합리한 일들이 한꺼번에 표면화된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몇 년 전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불타는 것을 TV를 통한 생중계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던 차에 또다시 우리들의 아들딸들에게 배 안에서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그들을 그만 저세상으로 보내 버린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들은 여태껏 당연시되었던 일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되짚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를 생활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들의 아들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금융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온갖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대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DTI나 LTV제도에 대해서도 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폐지를 외칠 때는 꼼짝도 않더니만 실세 부총리가 등장하자마자 입장을 선회했다. 필자는 그간 수차례에 걸쳐 본 지면을 통하여 금융부문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왜냐하면, 현재의 금융산업의 틀은 자금수요가 자금공급을 초과하던 고금리 시대, 그리고 은행대출중심의 간접금융구조와 대기업 중심의 자금운용패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환경이 확실하게 변했다. 금융환경이 바뀌었다면 그에 따른 금융정책과 금융산업의 경영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다(참고로 뱅커지가 발표한 세계은행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KB금융 68위, 신한금융 69위, 우리금융 75위, 산은금융 78위, 하나금융 84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리스크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며 영업하고 있다. 과거에는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영업을 하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전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아도 영업을 할 곳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비롯한 어지간한 기업에서도 자신의 리스크를 관리할 줄 안다. 자금의 조달이나 운용도 리스크관리차원에서 임한다. 조달창구나 방법도, 그리고 그 대상과 범위도 훨씬 다양해졌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금융회사가 거래하기를 선호하는 글로벌 대기업이나 우량 중소기업에서는 국내 금융회사를 통하여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회사에서는 그들만을 대상으로 짝사랑하면서 그 옛날 좋았던 시절만을 되뇌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하고 으름장도 놓으면서 그럭저럭 연명해 가고 있는 것이다.

다소 리스크가 있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기업에서는 현금을 회사 내부에 쌓아 두고 있고 이를 맡아 주어야 하는 금융회사에서는 관리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형국에 이르렀다. 반면에 금융회사에서 조금만 지원해 주면 성공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는 청년기업이나 신설기업에서는 금융회사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그 불만은 고스란히 정부에 전가되어 정책당국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관리능력이 제고됨에 따라 금융회사별 리스크관리기준이 획일화되어 금융회사별 특성이나 주요 타켓고객의 구분이 무너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지주회사에 속하지 아니한 금융회사까지도 금융지주회사에 속한 같은 유형의 금융회사를 흉내 내고 있어 전반적인 리스크관리수준이 획일화/고도화되어 금융이용의 사각지대가 오히려 확장되었다. 결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했던 과거의 정부나 정책당국의 노력이 제대로 현장에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소리만 요란한 꽹과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제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가개조론까지 들먹이며 온 국민이 변화해야 한다는 이때에 리스크에 대한 금융회사의 자세와 정책도 변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기업 등 고객에 대한 리스크를 단순히 회피대상으로만 판단/대처할 것이 아니라 이를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선택하여 고수익을 실현하고 국민경제발전에도 기여하는 성숙한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변화는 입으로 외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 그것도 먼저 변해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이병화<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고문/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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