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언제까지 변화를 거부할 것인가
전북은 언제까지 변화를 거부할 것인가
  • 임환
  • 승인 2014.07.3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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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0 재보선이 막을 내린 뒤 여야 정치권은 모두 호남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전북의 여권은 흥분된 시각으로, 야권은 충격의 시선으로 전남 순천.곡성을 쳐다보고 있다.

 야권 텃밭에서 승리를 거머쥔 새누리당 이정현 국회의원 당선인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의 남자’로 불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서갑원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국 최고 투표율인 51%를 기록한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 의원은 49.4%(6만815표)를 얻어, 40.3%(4만9611표) 지지에 그친 서 후보를 1만1000여 표 차로 따돌렸다.

  이 의원의 당선은 여러 의미를 부여한다.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새정치연합의 본방에서 새누리당 바람을 일으킨 것도 그렇지만 지역구도를 일거에 깨뜨렸다는 점에서 온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는 17대 총선 때 광주 서을에 도전해 득표율 1%에 머무르는 수모를 당했고, 19대 총선에 다시 출마해 39.7%까지 득표율을 끌어올린 데 이어 이번에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이 의원의 지역장벽 깨기 도전은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특정정당에 몰입해온 전남에서 새누리당 의원을 낼 정도로 급박하게 변한 민심이다. 이 의원의 일성도 지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정도로, 전남 민심의 표변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변화의 심리엔 집권여당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 지역발전을 견인해야 할 것이란 ‘실리적 표심’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 의원도 “한번 기회를 주겠다는 유권자의 숭고한 뜻을 잘 받들겠다”며 “예산 폭탄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변화를 통해 새로운 물꼬를 터가는 민심, 정당을 떠나 지역발전을 위해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유권자의 의식이 지역구도를 깨고 새 인물의 탄생을 가능케 한 요인이다. 그렇다면 전북은 어떠할까? 순천.곡성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우리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사실 전북에서도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여권에서 금배지를 따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4대 국회 때 옛 민주자유당 양창식, 황인성 전 의원이, 15대 국회 때 옛 신한국당 강현욱 전 의원이 당선된 바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전설 같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만큼 전북은 변화를 거부하고 특정정당에 매달려 모든 것을 주었다. 물론 정치인들이 이런 지역구도를 교묘하게 활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챙긴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변하지 않는 민심이 한쪽의 쏠림 현상을 계속 이어가게 한 것이다.

  변해야 살 수 있다. 전북은 지금, 지역발전을 위해 실리와 실익을 추구하고 전략적 접근에 나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여권이든, 야권이든 전북을 만만하게 보지 않을 것이다. 충청도와 강원도만 보면 각종 선거에서 전략적 투표를 한다. 이들 지역의 정치권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민심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역발전 비전을 내놓고 실천적 의지를 약속한다.

  우리도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전북의 무장관-무차관이 서럽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했는지 자성하는 일도 잊어선 안 된다. 전북도 여권에 표를 주고 예산을 달라거나 인물을 중용해 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여야가 긴장할 수 있도록, 전북의 표를 얻어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전략적 변화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마음을 열고 정치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임 환<본보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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