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같은 삶을 위해
마중물 같은 삶을 위해
  • 박종완
  • 승인 2014.07.31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수도가 없던 시절엔 사람 사는 동네마다 샘이나 공동 우물이 있었다. 먹는 물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으니 물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하는 것이 당연할진대 마을의 터나 집에 위치를 잡을 때는 옛사람들은 반드시 풍수(風水)의 음양론(陰陽論) 중 양택론(陽宅論)에 근거하여 위치를 정했다. 그중에 어느 한 가지 소홀할 부분이 있을 수 없지만, 우물의 위치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동네마다 두 개 이상 공동우물이 있었는데 마을의 대소사를 공동우물에 가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서로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떨며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면서 마을의 단합된 모습은 공동운명체의 시작이 되었다.

 요즘 참 좋은 세상이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옛날 어머님들 시절에는 지금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나 싶다. 그 시절에는 모두들 동네 우물에 가서 물을 양동이에 이고 올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가부장적인 사회이다 보니 남자가 물을 길어 부엌에 드나들면 안된다 해서 어머님들이 무척이나 고생하셨을 것이다.

 일부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동네 누나가 절반 이상 채워놓은 양동이에 흙을 넣어 낭패를 보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 아이들 장난이 지나쳐 어른 싸움으로 번지곤 했던 기억도 있다.

 또한, 공동우물에는 사계의 모습이 뚜렷했다.

 봄이면 일 년에 한 번씩 동네 어른들이 모여 우물 안 물을 퍼내어 깨끗하게 청소했는데 각종 오물 등을 미리 정리해 수인성 질병을 예방하는 어른들의 지혜를 보았다. 우물 내부와 외부에 부족한 부분을 보수하여 가뭄에도 좋은 물이 펄펄 나올 수 있게 제를 지내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름이면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김치를 담아놓은 통을 우물 속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줄 때문에 두레박질을 조심스레 했었다.

 겨울에는 두레박줄이 꽁꽁 얼어 어린 손으로 줄을 잡아 올리다 보면 손바닥이 빨갛게 달아올라 줄을 놓쳐 형들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시골집 우물들은 토정(土井)이 많으며 빗물이나 땅속을 흐르는 물이 흙과 여과되어 고이기 때문에 수질보호를 위해 집안에 행랑채와 측간(화장실), 축사(畜舍) 등은 최대한 멀리 두었고 가급적 여성들의 편의성을 위하여 부엌과 가까운 안채 처마밑에 두었다.

 새마을 운동과 더불어 집집마다 우물들이 경제적인 여유와 생활의 편리성 등으로 수동식 펌프(일명:작두샘)로 교체되었다.

 어린 시절 우물가에 작두질하면서 물장난을 치면 고장난다하시던 부모님 야단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처음에는 고무패킹이 새거라 물이 빠지지 않고 작두질을 하면 펄펄 나오는데 일정시간이 흐르면 헐거워져서 물이 관을 타고 밑으로 빠져버린다. 그때 미리 받아놓은 한 바가지 물을 넣고 펌프질을 몇 뻔하다 보면 물이 나오는데 이 한 바가지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고 모든 것이 손가락 하나로 터치만 하면 센서가 작동되어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의 살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겐 마중물같은 이야기는 고리타분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작두샘엔 작은통이 있었다. 항상 물을 쓰고 나면 작은통에 다음을 위해 일정한 마중물을 채워두었다.

 요즘 같은 어려운 인간관계속에서 마중물같은 관계가 얼마나 있을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조건 없이 마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나보다는 너를, 더 나아가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참사회가 될 것이다.

 올해는 세월호사건 등 큰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여 너 나 할 것 없이 마음이 많이 무거워져 있다.

 더욱이 소비심리도 위축되어 있어 경기도 좋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경기활성화 대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루빨리 경제가 회복되어 서민가정에 행복한 훈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식이 통하고 소통의 부재에서 벗어나 모두가 마중물같은 삶을 위해 조금의 노력과 실천을 병행한다면 건강하고 밝은 사회가 실현될 것이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눈앞에 이익에만 현혹되어 올바르지 않은 길로 가고 있는지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종완<계성종합건설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