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가격 폭락에 판로까지 막혀
포도, 가격 폭락에 판로까지 막혀
  • 이보원 기자
  • 승인 2014.07.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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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시기를 맞은 포도가격이 큰 폭 하락한데다 판로 마저 끊길 위기에 처하면서 생산 농민들이 패닉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날씨가 호조를 보이면서 작황이 좋고 품질도 크게 향상됐지만 출하가격은 오히려 곤두박질 친 것이다.

더구나 출하 초기부터 공급 과잉으로 일부는 가격 조차 형성이 안되자 “이러다 판로마저 끊기는것 아니냐”며 농민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봄부터 마늘과 양파, 매실에 이어 참외 수박 등 철따라 출하되는 제철 농산물마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데 이어 포도까지 출하초기 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농촌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23일 전주원협에 따르면 이날 전주원협 공판장의 캠벨 경락 가격은 5㎏에 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만5천~3만원에 비해 최대 30%가 떨어졌다.

또 2㎏짜리는 6~7천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만원선에 비해 최대 40%가 폭락했다.

이처럼 가격이 폭락한 것은 작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출하 초기임에도 물량이 넘쳐나기 때문.

 이날 전주원협 공판장에 출하된 캠벨물량은 2~5㎏박스 1천800개로 지난해 같은기간 600개에 비해 3배 가량 급증했다.

 전주원협 관계자는 “출하 초기부터 마치 성수기 처럼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급 과잉현상이 빚어지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초기 가격이 낮으면 출하기 내내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가격 자체가 형성이 안돼 출하물량의 일부는 농민들이 출하를 포기하거나 다음을 재경매에 부쳐진다.

지난 22일의 경우 전주원협 공판장에 출하된 2천여박스 가운데 8백여개가 미경락으로 팔리지 않았다.

전주원협 관계자는 “갈수록 출하물량이 증가 추세라 시세를 더욱 떨어지고 나중에는 판로마저 끊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내 김제와 남원 무주 일대 1330여 농가가 743ha를 재배하는 포도는 지난주부터 김제 백구 농가들이 출하를 시작했다.

본격 출하 시기를 맞은 포도가 가격 폭락과 판로난을 겪고 있는 것은 작황호조로 생산량이 급증하고 외국산 수입 과일이 급속히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산 과일 소비가 둔화된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간 200t 안팎에 불과했던 미국산 체리 수입 물량은 2012년 한미 FTA 이후 9000t 수준으로 폭발적인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전체 체리 수입량이 전년(9088t)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체리 수입량이 사상 처음으로 1만t을 훌쩍 뛰어넘어 1만3000t 가까운 물량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수입 체리는 주로 5~8월에 물량이 집중되는데 올해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되는 워싱턴(미국 최대의 체리 주산지)산 체리 풍작으로 6~7월 수입물량의 급증이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국내산 포도 출하시기와 겹친다.

미국산 체리의 급격한 수입확대 추세는 소비자들의 과일 소비패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농경연이 올 6월 소비자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수입과일 구매행태’를 조사한 결과 포도 대신 체리를 구매했다는 응답자가 52%로 가장 많았다. 체리의 ‘파급력’을 간과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과일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민들은“정부는 국내 과일시장에 대한 수입 체리의 파급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또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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