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
  • 이신후
  • 승인 2014.07.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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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고 슬픔과 기쁨, 고통과 분노를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가는 최고의 목적인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겨내는 것이 아닌 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잊어버리려 함으로써 그 결과로부터 자유롭고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힘든 세상에서 누군가 나서서 바꿔보려는 외침이 있을 때 함께 앞장서 왔던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만으로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멀리서 함께 해왔던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낸 변화된 환경 속에서 누리며 나를 위한 길을 모색하고 걸어왔습니다. 용기없이 양지를 찾아왔던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 가난 속에서 살아오면서 더 이상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강박증 같은 것과 결합하여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저 조심조심하면서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미안함이 있었고 언젠가 어느 위치에 가면 그것을 바꿀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막연한 이기주의적 생각도 함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며칠 전“나는 살고 싶어요”, “나에게 꿈이 있어요”, “내가 왜 죽어야 하는데”라며 울음을 참고, 하고 싶은 욕을 어른이 봐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다던 우리들의 착한 자식의 절규가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잊어버린 듯한 시기에 다시 아이들이 소리쳐 부른 것입니다. 하루빨리 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스스로를 위로하며 잊는 것은 우리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 또 다른 절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젠 비록 용기가 없어서 앞장서기가 두렵더라도 용기 내어 떨리는 걸음으로 진실을 향해 함께 따라가겠습니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영원히 저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을 것이며 이것이 나의 책임이고 어른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치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실종자의 조속한 수습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 사건의 진실만을 요구하는 내용 외에는 물질적인 것을 바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류대 특례입학, 의사자 지정, 거액의 사망보상금을 요구하는 것처럼 비치게 만드는 일부 정치인과 일부 단체들로 인해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진정한 치유는 아이들이 무슨 이유로 생명을 잃게 되었는지 명확히 규명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보상을 이야기해도 충분한데도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그 보상을 중심으로 끌어들여 진상 규명을 뒷전으로 물러버린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즉각 보상차원의 특별법이 아닌 원인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켜 하루속히 조사해야 합니다.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때 비로소 바로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치유의 출발점인 것입니다.

 때로는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에는 무엇보다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바로잡아야 할 일들이 세월호 일만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첫 걸음이 있습니다. 그 첫 걸음이 힘들고 두렵겠지만, 용기 내어 내딛어야 합니다. 이것이 정부와 정치인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입니다.

 링컨대통령은“나는 반드시 승리하지 못해도 반드시 진실하려고 노력합니다. 나는 반드시 성공하지 못해도 반드시 내 안의 진리의 빛을 따라 살고자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정치지도자들에게는 승리와 성공이 아닌 진리와 진실을 따라 현명한 선택을 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용서는 용서를 하지 않을 권리가 있을 때 할 수 있다”는 글이 있습니다. 아직 학생들은 대한민국을 용서하지 않을 권리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꿈 많은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대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 책임을 함께 나눠 가져야 합니다.

 이신후<전북디지털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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