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 Night Life] 1. 전주엔 야간관광이 없다
[전주한옥마을 Night Life] 1. 전주엔 야간관광이 없다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4.07.18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전통문화 대표도시 전주’. 이곳 중심엔 전주한옥마을이 있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골목 안까지 꽉 찬다.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걷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거리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더위를 떨쳐내기 위해 부채질을 하며 긴 줄을 서 있다.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한옥마을 속 자신의 모습을 담느라 연신 셔터를 누른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낮과 사뭇 대조적이다. 간간이 밤 골목을 구경나온 사람들이 거닌다. 반쪽짜리인 셈이다.

이에 본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위원장 우병동)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 대표 전통문화도시 전주한옥마을과 도로를 사이에 둔 전주 남부시장을 연계시키는 나이트 라이프(Night Life,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 및 접목방안을 마련했다.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밤에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서다. 본보는 배기철 전주기전대 교수와 권대환 전주시정발전연구소 박사, 그리고 스페인 현지에 있는 전문기획가 신진호 BCNSolution 대표의 조력을 받아 총 10회에 걸쳐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1> 전주엔 야간관광이 없다

 전주는 ‘대한민국 전통문화 대표도시’다. 이곳엔 연간 5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다. 이젠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전주 방문은 필수코스다. 사람들은 왜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것일까. 가장 한국적인 정취를 느끼기 위함일 것이다. 또, 콘크리트 도시에 갇혀 살던 도시인들에겐 돌담과 기와, 그리고 사람 사는 정취를 생활공간 속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일게다.

 조선역사와 한(韓)문화 간직한 1,400년 古都

 전주한옥마을은 단순히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한옥생활공간이란 외형적 특징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선왕조를 창건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초상화, 보물 931호)이 봉안된 곳(경기전, 사적 339호), 그리고 일제침탈에 반발해 전주성 밖에 집단으로 한옥마을을 조성한 국내 유일의 ‘반일주거(反日住居) 역사지’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678년간 존속된 백제의 한성도읍기 말인 475년부터 전주는 ‘완산(完山)’이란 지명으로 도시의 형태를 갖췄다. 1,400년 이상의 세월을 담고 있는 역사문화고도(歷史文化古都)다. 오늘날 ‘전주한옥마을’은 전주시의 심장이자 대표브랜드가 됐다.

 전주한옥마을의 생성기원 역시 조선역사와 한민족의 얼을 품고 있다. 1911년 일제는 전주성곽 중 남문(풍남문)을 제외하고 동·서·북문과 성벽을 모두 철거해 버렸다. 조선의 혼을 지워버리기 위해서다. 1930년 전후로 왜인(일본인)들은 세력을 확장, 성안을 잠식해 일본식 주택을 지었다. 이에 반발한 전주인(全州人)들은 전주성 밖인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지금의 한옥마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의 발로였다.

 또한, 전주와 전주인은 199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을 끝까지 보존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 태조대부터 철종대까지 총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실록은 1,893권에 888책에 이른다. 조선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당대의 사회 전반을 기록한 방대한 역사서이자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조선왕조는 1473년(세조10년) 실록과 함께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을 춘추관, 충주, 전주, 성주 등 4대 사고에 실록을 1부씩 봉안했다. 그러나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 왜군이 조선반도를 유린하자 경기전과 전주사고에 봉안중이던 태조어진(이하 어진)과 실록을 정읍 내장산 은적암→용굴암→비래암으로 이동, 보존했다. 그러나 1593년(선조 26년) 전주성이 왜군에 함락되자 비래암에 보관하던 어진과 실록을 다시 정읍에서 아산으로, 또 아산에서 해주로, 1595년(선조 28년)에는 다시 강화도로, 2년후인 1597년에는 평안도 묘향산 보현사로, 그리고 왜란이 끝나자 선조는 묘향산에 있던 전주사고본 실록을 전북 무주군 적상산 사고로 이장, 보존케 했다. 7년간의 전장속에서 어진과 실록을 이렇게 험로를 거쳐 보존한 것이다. 오늘날 태조어진은 전주 경기전 내 ‘어진박물관’에, 실록은 ‘서울대 규장각’에 각각 보존되어 있다.

 전주에서는 ‘한(韓)스타일’의 중심체인 한국인의 한식·한복·한옥(의식주)의 전통도 전승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음악(판소리)과 한지(전주한지)까지 포함해 ‘5대 한스타일문화’가 꽃을 피운 곳이다. 예로부터 ‘멋과 맛의 고장’, ‘예향 전주(藝鄕 全州)’로 통했다. 그런 연유로 전주한옥마을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전주향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주는 1,000만 관광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

 500만 관광시대…그러나 낮에만 집중

 # 7월17일(목) 오전 9시 = 한옥마을 거리에는 간간이 젊은이들이 걷고 있다. 한산하다. 여느 동네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른 점은 아침임에도 간편한 복장의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걷는다는 점이다. 전주의 지난밤을 즐긴 사람들이 한옥마을 거리로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다. 배낭을 멘 사람, 여행가방을 끌고 나온 사람, 10여 명의 청년들이 길가에서 어디부터 갈지 숙의중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예품 전시장과 판매장에도 사람들의 출입이 는다. 전주합죽선과 한지공예품, 도자기 등 각종 공예품, 천연염색 넥타이와 스카프 등을 고른다. 관광안내소에도 사람들이 모인다. 문화관광해설사가 20여 명의 중국관광객을 경기전 방향으로 안내한다. 전주한옥마을이 깨어났다.

 # 낮 12시 = 어느덧 시간은 흘러 낮 12시가 됐다. 어디에서 왔는지 거리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삼삼오오 모여 한옥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다. 가게 앞에는 줄이 길어진다. 전주비빔밥·칼국수·한정식·떡갈비, 심지어 일반 찌개집까지 식당마다 순번에 따라 빈자리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엔 짜증보다는 ‘맛의 고장 전주’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된다는 설레임이 묻어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은 ‘역시 전주 맛이네’라며 만족해한다.
 
 # 오후 3시 = 전주한옥마을이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골목 안에도 꽉 차 있다. 각종 전통문화체험장에도 마찬가지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셨던 경기전과 어진박물관에서 조선시대를 떠올리는 사람, 전주전통공예품 판매점에도, 커피숍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야기꽃이 만발하다. ‘대한민국 명장’ 김종연씨가 있는 공방 일월도를 제작하고 있다. 그 앞에서 합죽선을 만드는 사람, 도자공예체험관에서 머그컵을 만드는 사람, 한지공예를 하는 사람, 우석한방문화체험관에서 한약재료로 방향제를 만드는 사람, 최명희문학관에서 문학세계를 유영하는 사람, 교동아트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감상하는 사람, 전통문화관에서 장구와 꽹과리를 치며 즐거워하는 사람, 강암서예관에서 서도의 세계를 감상하는 사람 등 모두가 여행의 깊은 즐거움에 빠져 있다. 시간은 그렇게 흐른다. 팔작지붕 한옥 처마가 서로 손잡고 있는 돌담골목 사이로도….

 # 오후 6시 = 한낮의 열기도 어느 정도 식어간다. 한낮의 전주한옥마을 관광을 한 사람들이 식당으로 향한다. 전주비빔밥, 한정식, 떡갈비, 막걸리집, 경양식집 등 식당에서 전주 깊은맛을 본다. 행복해한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풍남문 문화광장에서 들려오는 리듬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거리악사의 연주에 손뼉을 치며 리듬을 맞춘다. 하늘은 진한 어둠의 색으로 변해간다.
 
 # 밤 9시 = 태양의 열기가 식은 한옥마을 밤거리. 낮은 조도의 가로등 불빛 사이로 사람들이 거닌다. 거리 커피숍과 전통찻집, 맥주집 테이블을 차지한 사람들이 정겹게 대화를 나눈다. 몇 시간 전 그토록 한옥마을을 꽉 채웠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밤바람이 은행나무길을 지나간다.

 500만 관광시대를 연 전통문화도시 전주. 하지만, 낮에만 집중되어 있다. 전주를 찾은 국내외 외지 관광객들이 밤에는 정적에 갇힌다. 지역주민의 휴식권과 취침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야간용 관광콘텐츠’를 개발, 접목해야 한다. 관광산업의 부가가치는 체류와 소비에서 최고점을 찍는다. ‘맛과 멋의 고장’ 전주의 지역적·문화적 특성을 활용할 방법으로 ‘음식’과 ‘버스킹(거리예술)’을 제안한다.
 

    <보도순서>

    1. 전주엔 야간관광이 없다
 2. 음식·버스킹이 도심 살린다
 3. 부산 깡통야시장 아시나요
 4. 홍콩·중국, 밤이 살아있다
 5. 스페인서 배운다1-주민이 최우선
 6. 스페인서 배운다2-도시·관광은 동일체
 7. 스페인서 배운다3-야간관광이 지역 살린다
 8. ‘창의도시/슬로시티 전주’ 새 옷 입힌다
 9. 전주, 밤까지 밝히자
 10. 전문가들이 말하는 나이트라이프

 <자문위원> 1. 배기철 전주기전대학교 교수
 2. 권대환 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
 3. 신진호 스페인 BCNSolution 대표

 글=한성천 기자
 사진=김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