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휘슬 블로어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휘슬 블로어
  • 박의성
  • 승인 2014.06.24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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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풍성한 골 잔치와 함께 날마다 명승부가 이어지며 지구촌 전체를 축구의 열기로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에 대한 시선은 곱지 못하다. 월드컵의 지나친 상업화 경향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관련 비리 의혹 때문이다. 전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그렇다 치더라도 후자는 사실 여부에 따라 FIFA의 공신력에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개최지 선정 스캔들의 출처는 어디일까? 다름 아닌 FIFA의 내부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휘슬 블로어에 의해서다.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는 우리말로 내부 고발자를 지칭하는 경제용어이다. 특정 기업이나 기관의 불법, 부정거래 등에 관한 정보를 조직 내부에 근무하는 사람이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비리를 모른 척하지 않고 호루라기를 불어 외부에 드러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휘슬 블로어와 같은 의미로 딥 스로트(Deep Throat)도 종종 사용된다. 딥 스로트는 1972년 워싱턴포스트紙의 기자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에게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의 단서를 제공했던 정보제공자의 암호명이었다.

휘슬 블로어로 인해 조직의 비리가 세간에 밝혀진 사례는 많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제보로 거대 기업이 파산하거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의 7대 기업이었던 엔론은 이중장부 작성을 통해 4년간 15억달러 규모의 분식회계를 해 온 사실이 드러나 2001년 파산했는데 이와 같은 사실을 폭로한 사람은 동사 부사장이었던 세런 왓킨스였다. 다른 예로 일본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식품업체였던 미토호프는 수년간 소고기 크로켓 등의 제품에 돼지고기를 섞어 판매해 온 사실이 드러나 2007년 폐업했다. 물론 전직 종업원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휘슬 블로어는 정보 통신의 발달과 함께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과거에 비해 조직 내부의 비밀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진 데다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외부에 전파하기도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휘슬 블로어에 대한 시각은 어떠할까? 조직 내에서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정의를 구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는 내부 고발자 보호법이 제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내부 고발자 보호에 관한 내용이 부패방지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법과는 별개로 휘슬 블로어에 대한 조직의 배신감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고발 이후 배신자로 취급되어 결국은 그 조직을 떠나는 사례가 태반인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박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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