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 김효정
  • 승인 2014.06.16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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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의 명랑한 소설관람 13

 전 세계의 축구잔치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지난주 개막했다.

 더불어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온 국민의 아침잠을 날려버릴 기세다. 이렇게 공 하나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경우는 수많은 스포츠 종목 가운데 단일종목으로는 축구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4강 신화는 축구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까지 모두 붉은악마로 만들기 충분했으니 말이다.

 박현욱 작가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축구와 인생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 같은 작품이다.

 아내가 결혼을 했다는 이 도발적인 제목은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이혼한 전 아내가 아닌, 현재 나와 살고 있는 아내의 결혼. 일부일처제인 우리나라의 통념으로 보면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축구로부터 시작됐다.

 우선 먼저 결혼한 남자 1번 선수 ‘덕훈’은 레알 마드리드의 열혈 팬. 적당한 호감을 갖고 있던 여자 ‘인아’가 FC바르셀로나의 팬이라는 것을 알고 난 순간부터 그녀에 대한 호감지수는 70점에서 단숨에 90점으로 치솟는다. 그리고 거침없이 슛을 날려 결혼에 골인~.

 그러나 그 유명한 엘 클라시코(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대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더비전)는 그때부터 치열하게 시작된다. 행복할 것만 같던 결혼이라는 그라운드에 새로운 공격수 남자 2번 ‘재경’이 출전을 하면서 덕훈에게는 시련과 위기가 닥친다. 아내는 두 사람을 모두 사랑하니 모두와 함께 살아야겠다고 주장하고, 덕훈은 이 어이없고 황당한 상황에 최전방 공격수에서 골키퍼로 포지션을 급 변경해야 했다. 자, 과연 최후의 승리자는 누가될까.

 사실, 두 남자를 모두 사랑해서 문제인 ‘인아’는 사회적 인식으로 볼 때 남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캐릭터이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그녀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인물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덕훈’은 ‘또라이’로 낙인 찍힐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작가는 “이 글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한 남자의 무한한 순정과 사랑, 그리고 지극히 솔직한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전제 아래 일처다부제, 결혼제도의 통념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문장들로 풀어 놓는다. 대놓고 이중 결혼을 한 아내와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남편의 모습이 축구 이야기와 교차를 이루면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사랑과 결혼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 놓는다.

 영화는 2008년 손예진과 김주혁 주연으로 대체로 원작의 스토리라인에 충실하게 만들어졌고, 지금은 ‘국민 실장님’인 주상욱의 풋풋한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묻는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이 있느냐고. 명확한 정답이 없을 것 같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인아와 덕훈은 그러한 우리를 어쩌면 대변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상대자를 평생 동안 사랑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한 자루의 초가 평생 동안 탈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고 톨스토이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나뿐인가?

 이 책의 초판이 2006년에 나왔으니 이미 그때는 독일 월드컵이 열렸고, 우리는 남아공 월드컵을 지나 이제 브라질에서의 승리를 기다리고 있다. 두 번의 월드컵을 지나오면서 소설에 나왔던 많은 축구 선수들 중에는 이미 과거의 이름이 되어버린 이도 있고, 지금은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있는 이름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플레이는 2014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인생이라는 그라운드에 서 있는 우리의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승부를 알 수 없는 경기가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는 긴장감 속에서 과거의 이름으로 남을지, 살아있는 전설로 기억될지는 우리의 플레이에 달려있다. 그리고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든, 아니든 지금은 그저 둥굴 둥굴 한 시간의 공을 열심히 드리블 해 골문을 향해 달려가 보자.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그 앞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지금은 축제를 즐길 때!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김효정<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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