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계약 관련 부당하도급 관행 바로 잡아야
지방계약 관련 부당하도급 관행 바로 잡아야
  • 양갑수
  • 승인 2014.06.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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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용 주요 자재는 지방공공기관이 직접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

 각종 공사용 골재를 생산하는 지역의 모 중소기업은 지난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시행하는 수역굴착공사에 참여하는 전문건설업체로부터 쇄석골재와 혼합골재의 제조납품을 의뢰받았다. 상당히 큰 규모라 주문받은 물량을 어렵게 생산하여 가까스로 납기를 맞추었으나 건설사로부터는 법정기일이 지나도록 지연이자는 물론 7억 원이 넘는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발을 동동 구르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공정위에 제소하였지만 해당 전문건설사는 골재를 납품받은 사실이 없고 골재가 필요한 시기도 아니었으므로 납품받을 이유가 없었다고 아예 잡아 때기까지 하였다. 다행히 납품 중소기업이 골재납품 내역확인서와 납품확인 일지를 보관하고 있어 하도급대금과 지연이자에 대한 지급명령을 공정위로부터 받아냈지만, 이는 자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부당하도급 관행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건설사들과 거래를 계속해야 하는 자재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수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이 경우 해당 건설사가 자재의 인수사실을 부인할 경우에는 납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또 기계류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대량구매를 약속하는 건설사들의 거짓말에 속아 낮은 단가를 제시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대량판매를 전제로 제시한 단가임에도 건설사들은 실제 발주 시에는 소량만을 납품토록 한 후 해당 가격을 경쟁업체에 제시하여 다시 단가를 낮추도록 강요한다.

만약 경쟁업체가 제시한 더 낮은 가격을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나머지 물량에 대한 발주가 당연히 취소됨은 물론 이미 납품이 끝난 자재의 대금도 경쟁업체들이 제시한 가격만큼 만을 지급받는다. 한 술 더 떠 자재 납품대금으로 아예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는다는 소리까지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와 같은 부당하도급 관련 분쟁사건은 지난해 공정거래조정원 등에 접수된 것만 600여 건에 이른다. 이는 2012년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부당하도급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그동안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등 공공기관들이 발주하는 공공 공사만이라도 주요 자재는 공공기관들이 직접 중소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하여 건설사에 지급해 주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다행히 중소기업청에서도 이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몇 년 전부터는 일정규모 이상 공사에 소요되는 주요 자재들을 관급자재로 관리토록 관련 법령을 운용해옴으로써 다소나마 그간의 문제점들이 개선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하도급 공정화 흐름은 최근 안전행정부가 중소기업들이 생산하는 주요 자재를 공사에 포함하여 건설사에 일괄 발주토록 지방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다시금 위기를 맞고 있다. 설치공사가 필요한 자재를 일선 지자체들이 물품구매로 발주함으로써 공사면허가 없는 무자격 제조업체들이 부실하게 공사하고 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중소제조업체들은 이것이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주요 자재를 생산하는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이미 해당 설치공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고 건설사가 수주해도 실제 설치는 납품업체들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건설사에 발주 시에는 하도급에 따른 제조업체들의 수익만 사라진다는 것이다. 일반 생활가전인 에어컨도 제조회사에서 설치시공까지 해야 그 성능을 완전하게 구현할 수 있듯이 방송과 정보 통신 등 각종 공사에 소요되는 핵심 자재들은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자격자 문제는 개별 공공기관들이 입찰 참여자격에 제조능력과 더불어 시공면허 보유 조건을 제시하면 해결될 일이다. 안전행정부는 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들이 불량자재나 기준량만큼의 자재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야기하고 있는 부실공사와 세수낭비 문제를 해결하고 부당하도급 관행까지 바로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양갑수<중기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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