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지역을 가다]진안군수 선거...소지역주의 지역 갈등 우려
[관심지역을 가다]진안군수 선거...소지역주의 지역 갈등 우려
  • 김남규
  • 승인 2014.06.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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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 탓인지 진안읍 시장 주변은 한가로웠다. 후보를 정했느냐는 물으니 가게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아주머니들의 대답은 의외로 빨랐다. ‘벌써 정했어!’ 그리고 웃으시면서 수박 한 조각을 건네신다. 선거를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닌데 괜한 걸 묻느냐는 눈치다. 진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군수 선거를 박빙으로 예상하면서도 이야기가 느긋했다. 선거 이야기를 하면서도 속 깊은 지역 걱정을 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소지역주의에 의한 지역의 갈등을 우려하기도 하고, 소농의 소득을 올리기 위한 방안, 지역의 인재 양성과 지역정치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를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에 담아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진안 역시도 정책에 대한 논쟁보다는 후보들의 전력이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진안군수 후보로 새정치민주연합 이명노 후보, 무소속 송영선 후보와 이항로 후보 등 세 명이 본선에 나섰다. 진안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갈등을 피해가지 못했다. 송영선 후보가 공천부적격으로 탈락하여 무소속으로 나서는 바람에 지역위원회 당원들이 대거 탈당을 하는 내홍을 겪었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효과로 이명노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진단하는가 하면, 탈당한 당원들이 송영선 후보의 지지자들이어서 공천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반면 일찍부터 무소속 준비를 해온 이항로 후보는 진안읍장과 부귀면장을 지냈고, 인구가 많은 진안읍 출신이라는 점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여론 조사이다. 여론 조사 방식에도 불만이 많았다. 소지역주의가 작동하는 농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표본 산출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로 시작해서 여론조사로 선거가 끝난 느낌이다. 여론 조사가 모든 쟁점을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진안의 바닥 민심이 여론조사 결과와 일치할지는 선거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안은 인삼으로 유명하고 표고 등 밭작물이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다. 세 명의 후보 모두 농가 소득 향상을 외치고 있다. 이명노 후보는 흑돼지·표고·검은콩 등 블랙푸드 특화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송영선 후보는 전업농들의 계약재배와 조합공동사업법인 활성화, 이항로 후보는 5일장 활성화로 진안산 농·특산물판매 전용재래시장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후보들의 공약이 유권자들의 마음에 얼마나 와 닿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진안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속은 더 깊었다. 진안 인삼은 자본력이 있는 사람들이 경작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소농의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지역경제에 파급력도 약하다는 지적이다. 진안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연소득 일천만 원 이하의 소농과 고령농에 대한 소득 향상 방안 없이는 보여주기식 공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선거를 통해 지역이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 간다면 그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 변화에는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주민을 화합하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지역으로 나누고 지지 세력으로 나누어 승자독식의 갈등이 지속한다면 농촌은 더욱 피폐화될 것이다.” “선거 때마다 흔들리는 정당이 아니라 주민들의 역량과 인물을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 주민의 말을 의미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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