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발전 도모해야
한옥,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발전 도모해야
  • 송민애 기자
  • 승인 2014.05.29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된 미래 ‘한옥’, 그 가치와 잠재력을 찾아서(下)

한옥의 발전과 성장은 분명 반길 일이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는게 현실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산인 한옥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옥 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오늘날 한옥이 문화자산으로의 가치를 넘어 현대인의 일상으로까지 자리매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수요층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산업 역시 자생력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한옥의 발전과 성장은 분명 반길 일이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는게 현실이다. 아직까지도 한옥의 전통성과 변형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반복되고 있으며, 한옥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특히 한옥건축과 관련된 전문인력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양성 및 관리를 위한 정책과 제도마련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산인 한옥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옥 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편집자 註>

 전주와 북촌 한옥마을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한옥은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복합문화상품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개발시대에 복제된 획일적인 표준주택이 아닌 다양한 주거문화를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대안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을 넘어 현대에 화려하게 부활한 한옥의 성장과 발전은 여전히 높은 대중의 관심과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옥의 지속적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한옥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정책적 제도는 아직까지도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옥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사업의 경우 민박시설 확충에만 편중되어 있고 체험 프로그램 역시 획일화된 유형이 반복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과거의 모습을 반복해서 체험하는 일을 넘어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융합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한옥건축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의 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옥을 신축하고 보수하는데 적용되는 현행 도시 건축 관계 법령은 대부분 철근, 콘크리트 조의 다층 현대건축을 기준으로 규정되어 있어 한옥의 형태·재료·구조적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옥 관련 제도 개선 중에서도 한옥건축의 전문인력 양성 및 관리는 특히 시급하고 절실한 부분이다. 한옥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증가와 정부의 산업화 및 대중화 정책추진에 따라 한옥 신축 및 증축 건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설계하고 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국가한옥센터에 따르면, 현재 한옥건축인력의 대부분은 기존의 도제식 현장교육을 통해 기술을 전수받거나 3-6개월 과정의 사설 한옥학교를 이수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공인된 자격이 없고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그 숙련도가 천차만별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인력 중에서도 기능공이 아닌 설계자와 현장 관지라 수는 더욱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옥건축의 경우 오랜 기간 건축생산과정에서 도편수를 중심으로 한 전통시공체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목구조를 많이 접하지 않은 현대의 건축가들이 한옥시장에 진입하는데 큰 장벽이 있는 것이다.

 이에 국토부에서는 체계적인 한옥건축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11년부터 ‘한옥설계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명지대와 전북대를 지원했으며, 2012년에는 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한옥설계전문과정, 한옥시공관리자과정, 대학생여름한옥캠프로 확장했고, 2013년에도 같은 예산으로 한옥전문인력 양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전북대학교는 국토부의 ‘한옥설계전문인력 양성사업’에서 단연 우수 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전북대는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의 건축사와 예비 건축사들을 모집해 전문가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전주캠퍼스는 한옥이론교육을 고창캠퍼스에서는 한옥실습교육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전주캠퍼스 대학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한옥학과를 설치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고창캠퍼스에서는 최고 수준의 한옥건축실습장을 설치해 한옥기능인력양성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곳에서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며 수강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인간문화재 제74호 최기영 대목장을 비롯한 전북대 교수진의 수준 높은 강의도 수강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기간 중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집 고쳐주기와 낡은 담장 페인트칠하기 등의 재능기부 봉사도 병행해 귀감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전북대학교는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옥설계 전문인력양성사업 교육기관’에 4년 연속 선정되며 국내 한옥교육의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남해경 전북대학교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장은 “전주한옥마을에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그런데 최근 새로 지어지고 있는 한옥들을 보면, 엉터리 한옥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일이다”면서 “이는 한옥건축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 대학에서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한옥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문제는 전국에 여러 사설 기관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옥건축인력을 양성하다 보니, 지어지는 한옥이 저마다 제각각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이를 통합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할 국가한옥센터 건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마따나, 전주한옥마을이 그 명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적 한옥신축 및 증축의 관리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한옥센터의 유치·건립에 시급히 힘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민 국가한옥센터장은 “현재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은 일종의 시범사업으로, 향후 한옥의 설계와 시공에 관련된 전문인력양성이 제도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기존의 건축사들이 한옥설계를 구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 외에도, 대학의 정규과목으로 한옥 관련 과목을 편입할 수 있도록 하고, 한옥의 설계와 시공에 관한 표준 교재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특히 현재 20여개가 넘는 한옥학교에서 매년 10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에 관한 교육인증제도와 자격인증제도 등 종합적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민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