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나물밥과 지방선거
지겨운 나물밥과 지방선거
  • 김진
  • 승인 2014.05.27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표현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나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문화에서 나온 말이 ‘혼네와 다테마에’다. ‘혼네’는 마음속에 있는 본심이지만 ‘다테마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마음, 즉 포장된 외형적인 모습이다.

일본인들이 이 같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폐쇄된 섬나라에 살던 그들에게 외국의 문화와 사람들이 밀려들자 안팎을 나누어 구분해야 할 필요에서 생겨난 문화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의례적인 친절에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판은 ‘다테마에’판

 이를 다시 말하면 일본사람들은 쉽게 본심을 내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부터 이렇게 두 마음을 갖는 것을 아주 멸시했으며, 그런 사람은 이중인격자라 하여 상종도 하지 않았다. 한데 최근의 일본인들은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독도문제에 대한 자국민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한다든지, 영역국의 동의 없이 외국에서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이 ‘대놓고’ 주변국을 도발하고 있다. 이는 여태까지 일부 정치인의 일회성 발언이나 민간차원의 도발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서 그간의 금도를 깨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일본의 민족성을 표현할 때, 공격적이면서 수동적이고, 호전적이면서 심미적이며, 무례하면서도 공손하고, 충성스러운 동시에 간악하며, 용감하면서도 비겁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두 마음을 갖는 것을 수치스러워하지도 않고,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도 않는다.

필요에 따라 겉과 속을 나누어 살아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한데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인들도 그리 변해가는 것 같다. 겉과 속이 다르고, 후보 때와 당선자 때의 태도가 다르고, 약속에 대한 실천이 다른 것이다. 정치판이 온갖 ‘다테마에’로 꽉 찬 것 같다.

 그 나물에 그 밥!

 요즘처럼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유혹해야 하는 후보들은 더욱 그렇다. 여기저기서 좋은 얘기들만 골라 무작정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찍어만 주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겠다는 식이다. 어르신 복지, 생활체육지원, 보육과 교통문제부터 생활민원까지 안될 일이 없다. 넘쳐나는 공약들을 보면 곧 좋은 세상이 올 것 같다.

한데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난 대선공약의 아픔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노령연금도 상위 30%는 사라졌고, 반값 등록금도 다음 대선 때나 되어야 다시 거론될 것이다. 아마 이번 지방선거의 많은 공약들도 그리될 것이다. 이제는 유권자를 향한 약속은 안 지켜도 되는 선거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마치 요즘 취업준비 중인 젊은이들의 심리를 보는 듯하다.

예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지 못하면 부모님과 동네에 낯이 서지 않아 조신하게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요즘엔 그럴 필요가 없다. 취업이 뉘 집 이름인가! 대기업은 평균경쟁률이 31:1이고, 중소기업도 6:1이나 된다. 어찌 보면 못 들어가는 것이 더 당연해 보인다. 그러니 고개 떨 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치 그런 것처럼 선거공약도 너 나 없이 안 지키다 보니, 설사 못 지켜도 그리 민망할 일이 못 되는 것이다.

선거판이 이리 변질한 것은 유권자와 언론, NGO단체들까지 모두가 책임을 나뉘어야 한다. 맨 날 ‘매니페스토’라는 거창한 용어를 내세우지만, 실효적인 효과나 변화는 미미하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이 당선을 목적으로 두 얼굴을 갖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문제는 유권자다, 유권자가 변해야 한다. 가식적이고 의례적인 정치꾼들과 본심을 담은 목민관을 가려야 한다.

정말이지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유권자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새로운 4년이 열린다. 말뿐인 풀뿌리로 풀만 뜯어 먹은 지 20년이다. 그 나물에 그 밥만 20년! 정말이지 지겹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