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펜클럽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펜클럽
  • 김효정
  • 승인 2014.05.1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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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의 명랑한 소설 관람 10.

 프로야구 시즌이다. 며칠 전 새로 지었다는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다가 핸드볼 스코어에 낙담하고 돌아왔다. 3연패를 홈에서 고스란히 당하는 모습을 보는 팬들은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렇다면, 잘하는 팀을 응원하면 되련만, 태어날 때 부모가 정해져있듯, 내가 응원해야 할 야구팀도 내가 어디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숙명처럼 짝 지워지면서 성적이 나쁘다고 쉽게 팀을 갈아탈 수도 없고, 욕을 하면서도 응원을 하고 있는 애증의 관계가 지속된다.

 매번 지고만 있는 팀을 보고 있자니 그 옛날 삼미 슈퍼스타즈가 생각난다. 삼미 팬들이 느꼈을 패배감과 상실감은 대체 얼마나 됐을까.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팀을 알게 된 것은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통해서다. 소설의 시작은 1982년, 바로 한국의 프로야구가 탄생하던 해이다. 각 도시를 연고로 6개의 팀이 창단됐고 인천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이 되었던 주인공 ‘나’의 성장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운도 지지리도 없지. 삼미 슈퍼스타즈가 어떤 팀인가. 열 번 싸우면 아홉 번 지는 1할 2푼 5리의 승률을 자랑하는 꼴찌팀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나’는 팀을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삼미의 팬클럽을 지켜가지만 결국 얼마안가 삼미는 고별전을 치른다.

 그리고 그 고별전을 보고 온 날 고등학생이 된 ‘나’는 꼴찌팀 삼미의 소속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소속을 바꾸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시작한다.

 세상은 프로를 원하고 소속이 인생을 바꾼다는 확고한 신념은 과연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을까. 원하던 인류대학 졸업장을 갖게 되고 대기업에 입사하지만 그의 삶은 그의 소속만큼이나 화려하지 하지 않다.

 그리고 여기 삼미 슈퍼스타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투수 감사용이다. 키 170cm에 작은 손, 게다가 왼손잡이. 그는 팀에 왼손투수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삼미의 투수가 되지만 슈퍼스타라는 팀의 이름과 달리 스타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던 그 팀에서 패전처리 전문투수로 활약한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이러한 그의 야구 인생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사용은 실제로 프로야구 원년부터 5년 동안 삼미의 투수로 활약하면서 1승15패 1세이브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지만 영화는 선동열과 최동원 같은 ‘일류’가 아닌 이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감사용’에 주목한다.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다소 진부하지만 그것이 진리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감사용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그들만의 야구를 했던 삼미슈퍼스타즈와 1승 투수 감사용. 그의 1승처럼 내 삶의 1승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삶을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만의 야구를, 우리만의 1승을 위해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일까. 모든 사람이 다 프로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벌어야 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필요한 만큼’만 살아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저 유명한 요기베라의 말처럼 야구도, 인생도 끝날 때까지 결코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9회말 투아웃에 찬스가 오는 것이 야구와 삶의 공통점일 것이고, 그래서 세상은 끝까지 살아볼 만한, 참 살맛 나는 곳이다. 그래도 타이거즈가 야구를 ‘조금만 더’ 잘하면 ‘조금 더’ 살 맛날 것 같은데 말이다.

 김효정<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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