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은 우리 자화상, 함께 반성하고 다시 뛰어야
선장은 우리 자화상, 함께 반성하고 다시 뛰어야
  • 양갑수
  • 승인 2014.05.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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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과 슬픔을 가져온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선장의 무책임하고 한심한 행동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재난구조 시스템 재정비나 여객선 근무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개선 필요성 등 사고원인과 대책을 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월호 최고 책임자인 선장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역할만 다했더라도 단원고 학생을 비롯하여 참으로 소중한 우리 이웃들을 이토록 많이 잃는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돌아보면 사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세월호 선장과 같이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기본 책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져버리고 개인의 이익과 안위만을 추구하는 행태가 만연해진 지 이미 오래다.

청해진해운의 실질 소유자로 알려진 전 세모그룹 회장은 1997년 부도로 대출 금융기관들에 2천200억원의 손실을 떠안겼고 2009년에는 재산이 없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40억 원을 탕감 받아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막대한 재원을 낭비하게 한 원인제공자임에도 어찌된 일인지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수백억 원대의 위로금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월에는 동양그룹 회장이 사기성 기업어음 등을 판매해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 3천억 원대의 피해를 끼쳐 기소되었고 SK, CJ, 효성, 오리온 그룹회장들도 계열사 자금 횡령이나 기업을 활용한 비자금 조성 등으로 사법적 조치를 받고 있다. 모두 거대조직의 선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기본적인 책무를 져버린 행위들이지만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형식적이고 개인적 피해 또한 제한적인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태는 비단 대기업 총수들뿐 아니다. 정치권 인사들이 민의 반영과 행정·사법권 견제를 목적으로 국민들로 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악용하여 주어진 책무보다는 개인적 민원 해결을 우선시하고 축재에 애쓰는 일들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또 행정부 고위 공무원들은 자신의 부정이나 책임질 일이 발생할 경우 자신이 해당 직에서 물러나면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줄 착각하고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들이다.

사회 지도층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행태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까지 오염시켜버렸다. 가정의 주체인 부부 사이는 물론이고 부모 자식 간에도 모로는 남처럼 각각의 입장에서 이해득실을 따져 다투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이다. 수세기 동안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소중한 시스템과 기본적인 믿음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산업화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압축 성장을 이루어냈지만, 이 과정에서 서구 개인주의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부작용 또한 심각한 것은 아닌지 이제는 되돌아보아야 한다. 사실 우리 민족은 국가와 조직 그리고 가정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고 헌신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국가가 위기 때에는 많은 숨은 애국자들이 개인의 사사로움을 져버리고 자신 전부를 던져 국가를 지켜왔고 각 고을마다 열녀와 효자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많이 전해지고 있다.

사회지도층부터 나서서 솔선수범하여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확산시키고 이기주의와 지나친 개인주의의 문제점은 고쳐나가야 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를 찾기 이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전제조건이다. 아울러 이제는 차분히 일상으로 복귀하여 우리 사회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다. 가까스로 살려온 경제재도약의 불씨마저 꺼뜨려 버려서는 안 된다.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내수침체로 인한 우리나라의 민간소비와 총 고정자본 위축규모는 연평균 8조 4백억과 8조 7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내수경기 침체로 약 25조원의 부가가치 증가와 고용률 60%대를 놓쳐버렸다고 한다. 세월호로 인한 아픔이 지나친 패배감으로 확산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기본시스템을 복원하고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양갑수<중기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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