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 콩떡 드세요
아나, 콩떡 드세요
  • 김보금
  • 승인 2014.04.18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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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엔 “아나, 콩떡이나 먹어라”라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지금은 아예 듣기 어려운 말이 되어버렸다. 듣기에 따라서는 비아냥거리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아나, 콩떡’을 협동조합 상호로 정한 우리 회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보니 무척 친근해졌다.

 1년 전 우리 센터에 떡 만들기를 배우기 위해 온 엄마들이었다. 전업주부이던 그녀들은 몇 개월 동안 떡 만들기를 수련하던 중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단순히 가족들을 위해 떡 만들기를 배우려던 그녀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떡 케익을 만들어 판매도 하고 이익금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1년 동안의 준비과정에서 출자금에 대한 부담이며, 떡 배달에 따른 늦은 귀가며 가족 중에 환자가 발생하는 등등 불가피 조합원에서 빠질 수밖에 없는 어려운 고비들을 넘고 넘어 드디어 4월17일 떡집을 개소하였다. 이들은 기존의 떡보다는 생일축하 케이크를 주류로 한 후 동네의 어린이집이나 주민자치센터를 주 고객으로 설정하고 밀가루 간식보다는 쌀을 소재로 한 다양한 간식을 전파한다는 중차대한 사명감을 불태웠다. 벌써 강의의 흐름이나 방향이 그런 쪽으로 잘 맞추어 왔었다.

 생애 처음으로 자기들의 가게를 갖는다는 희망에 부풀어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이었다. 지난달 24일부터 얼마 전까지 공정한 경쟁을 감독하라는 정부기관에서 대구에서 출발해서 경남, 충남, 대전까지 경쟁 제한적인 자치법규(조례, 규칙) 개선을 위한 공문을 내보내고 순회 설명회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한 배경에는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 토론’ 이후로 무분별한 규제를 완화하라는 정부의 지시가 자리했다.

 그러나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DJ노믹스 일환으로 경제관련 완화 시, 각종 규제내용 발표에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더 강화되고 보완되어야 할 규제까지를 ‘시장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규제완화 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였다.

 무엇보다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 중의 하나는 식품제조일자를 유효기간으로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우유나 소시지 등 신선도를 중요시하던 제품까지 어느 날 생산되었는지 소비자가 알 필요 없이 유효기간만을 보고 그날까지는 먹어도 된다는 이이야기였다. 일부 식품회사는 상미기간임에도 소비자들이 제조일자가 구입한 날부터 먼 것은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폐기가 많다고 기업체 입장의 볼멘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식품회사를 중심으로 자사 제품의 차별성만을 앞세웠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제조일자를 변경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기업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신의·성실 측면에서 부당한 규제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 당연히 조례나 규칙을 개선하여야 한다. 아무리 착한 조례라고 할 수 있어도 국민과 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되는 조례는 전문가나 관련 단체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후 조정되어야 한다.

 마을 공동체를 살리고 작은 규모의 동네에서 효율적인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철저한 학습을 통해 이제 막상 열매를 맺으려고 하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에 단지 자유경쟁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지원조례를 적용받지 못하는 일이 결단코 없어야 한다.

 올해는 제2호점인 여성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아나, 콩떡’처럼 1년 동안 조합원들이 무수히 협의하고 꾸준한 면학기풍이 조성될 것이다. 옷 만들기를 위해 교육을 받던 여성들이 뭉쳐 손바느질 공방을 차린다. 그녀들은 이미 예쁜 베갯잇 200여 개를 만들어 인근의 노인요양병원들에 선물하기를 마쳤다. 알뜰살뜰한 협동조합원의 기본자세를 갖추고 전열을 재정비하기에 여념이 없는 지경이다.

 어렵게 준비하고 정착하려고 안간힘 쓰고 있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의 수많은 종사자들이 튼실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두루 관심을 갖고 지원을 베푸는 일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보장하는 미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김보금<전북여성일자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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