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산업화가 필요하다
한식, 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산업화가 필요하다
  • 이호인
  • 승인 2014.04.17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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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18세기 프랑스 정치가이자 미식가로 이름을 날린 브리야 사바랭은 자신의 식도락 에세이 ‘미식예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거나 영양을 공급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개인과 집단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한식(K-Food)’이라고 하는 매우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추진해 온 정부의 한식세계화 정책에 힙입어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식은 이제 전세계 미식가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음식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음식문화는 자연적,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되면서 나라뿐만 아니라 지역, 그리고 도시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음식문화는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행복감, 정체성, 공동체 의식을 불어 넣는 원천입니다. 지역에 따라 고유색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교류와 변화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기회를 맞기도 합니다. 멕시코에서 건너간 토마토가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의 주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의 재료가 되는 고추는 남미가 원산지이지만 유럽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음식은 지속적이고 새롭게 창조되면서 그 다양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전주는 2012년에 전세계에서 네 번째로,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전주음식이 가진 상징성과 창의성은 한식의 대표성을 지니기에 충분하고, 한옥마을 관광객 500만 시대를 맞아 전통문화 체험의 중심에 전주비빔밥을 비롯한 전주의 음식이 있습니다. 발효식품과 같은 슬로우푸드(slow food)가 발달해 있고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전라북도는 한문화 네트워크 중심지로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지역입니다.

‘K-Pop’에서 시작한 한류는 비빔밥, 김치 등의 ‘K-Food’로 확산되었고 여기에 한복, 한옥, 소리 등의 문화적 다양성이 더해져 ‘한문화(K-Culture)’라는 새로운 한류로 발전하면서 문화·관광 산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라북도는 2014년 4대 비전 중에서 농생명 수도와 한문화 창조 거점도시를 핵심비전으로 정하고 지역특화산업을 미래 전북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들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주의 음식문화를 기반으로 전라북도의 풍성한 농식품 자원을 연계하고 혁신도시 내 국가 농생명, 식품 연구 역량 집적화,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산업기반 육성 등을 통해 전북은 K-Food 세계화의 확실한 거점이 될 것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전라북도가 K-Food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와 혁신입니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한식 세계화가 한식의 이미지를 제고하였다는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산업적인 성과가 미흡하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문화로서의 K-Food를 산업화하지 못하였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한식 문화의 정수를 체험하면서 교육, 홍보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공간이 부족하였고 이를 식도락, 미식, 관광 등으로 유통, 공급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하였던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전세계의 대표적인 미식도시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레스토랑과 스타쉐프가 있고, 이들이 애용하는 지역의 특산 식재료들과 시장이 있습니다. 디자인과 패키징으로 무장된 식품과 조리용품들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구매자를 기다리며, 낯선 음식문화를 전수하는 교육기관에는 다양한 수준의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이 즐비합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음식을 문화로 느끼며 비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화는, 한정된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 의해 생산되고, 향유, 확산되는 네트워크와 채널이 확보될 때 비로소 산업으로서의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문화의 산업화에서 필수불가결한 또 하나의 요소는 혁신입니다. 문화가 창조정신과 사회발전의 근원이 되는 것도 바로 문화가 지니는 혁신성 때문인데, 이러한 혁신의 주체는 창의적 인재입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에서 문화의 창의적 계급을 중요시하는 것도 각 도시의 문화적 자산을 지탱하는 창의인재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의 사명은 이러한 창의인재를 양성하여 지역의 문화적 기반을 확산하는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더욱이 네트워크와 창의성은 공생관계에 있습니다. 창의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 대한 정책적 투자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한식의 본고장 전라북도는 한식을 중심으로 한문화의 거점을 구축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의 원동력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이호인 <전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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