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농촌은 이제 긴 농한기를 끝내고 논밭으로 향할 것이다. 노인들뿐인 마을이지만 그래도 봄은 활기차다. 겨우내 마을회관에서 서로 부딪기며 지내다가 이제 품앗이를 하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농번기에 공부는 뒷전이었다. 보리 베기, 모심기 등등 사람의 인력으로 하는 일이면 거들어야 했다. 열심히 일하고 쌀밥 한 그릇에, 빵과 같은 간식 하나면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없이 살던 시절에는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도 달라보인다. 1970년대 고창해리중학교 학생들이 모내기를 위해 모를 찌고 있다. 뒤로 지나는 쟁기가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김판용<흥덕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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