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 정진숙
  • 승인 2014.03.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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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판녀, 강남미인도, 국민○○○, ○○교육법이 나열된 단어들을 보았을 때 떠오르는 공통적인 무언가가 있을까? 언뜻 보면 전혀 상관없는 단어의 나열 같아 보이는 이 단어들의 틈에는 우리 사회의 ‘욕망’이 존재한다.

 얼마 전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꽃다운 나이의 아이가 성형수술을 받다 의식불명이 된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그전에도 성형외과의 메카라 불리는 강남역에 가면 길거리에서 성형수술을 받다 잘못된 이들의 유족이 시위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유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성형외과의 잘못을 알리기를 원했지만 안타깝게도 성형외과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긴 필자의 딸도 강남의 성형외과에 가서 큰 코를 줄일 수 있는지 상담을 받고 왔었다고 뒤늦은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어떤 성형외과는 그동안 수술로 잘라낸 턱뼈를 병원 로비에 장식하기까지 했다. 수많은 턱뼈로 이루어진 그 탑으로 병원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입은 의상이나, 바른 화장품, 들었던 백 등이 인기가 좋아 다 팔리면 배우 앞에는 완판녀, 혹은 완판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심지어 어떤 드라마는 소품이 적절히 잘 보이는 위치에 놓고 내용과 상관없는 장면을 연출 할 때도 있다. 미인은 얼굴은 계란형으로 갸름해야 하고, 눈은 크고 쌍꺼풀이 있어야 하며 코는 오똑하고 피부는 잡티 없이 희고 몸매는 날씬해야 한다. 대학은 무조건 가야하고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한다. 취업을 하고 나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고 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르면 주위에서라도 나서서 대신 욕망을 만들어준다.

 ‘욕망’은 나쁜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힘은 삶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성형이나 완판 그리고 이미 정해놓은 길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욕망은 획일화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얼굴, 옷, 인생까지 모두 같은 것을 욕망한다. 그리고 그것을 정말 원해서 욕망하는지 혹은 다른 이들의 욕망을 나의 것으로 착각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어떤 아이는 어릴 적부터 자신은 원하지 않았지만, 음악을 전공해야했고 그것으로 대학까지 가야 했다. 그런데 대학졸업을 앞두고 부모님이 이제 네가 원하는 것을 해도 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졌다고 나에게 하소연을 해온 적이 있었다. 부모의 욕망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아이에게 부모의 욕망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다. 욕망의 주체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강한 자의 욕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면서 중요한 시절을 보낸 것이다.

 자크 라캉의 말처럼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내가 예뻐지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의 욕망이 아닌 다른 이들의 욕망을 내가 실현하게 한 것일 수도 있다.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을 하여 아름다워졌더니 주위 사람들의 대접이 달라졌다 느끼고 그로 인해 상처받는 경우가 있다. 분명 나의 욕망이라고 생각하여 쟁취한 것인데 나의 만족이 아닌 외부의 반응으로 나의 기분이 정해진다. 이것은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을 나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비추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타자(他者)’의 욕망이 아닌 자기 자신의 것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내가 주체가 된 욕망을 하고 타인에 의해서 휘둘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길을 가는 연습이 필요한 때이다. 어렵고 힘든 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타자의 욕망보다 나의 욕망을 찾기 힘들다는 것은!

 정진숙<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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