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경제원리
자연의 경제원리
  • 김종일
  • 승인 2014.02.25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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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돈과 시간이 문제다. 우리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빨리 눈앞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와 같은 효율과 경제성의 추구에 내재하여 있는 본질적인 의미를 자연의 법칙을 바탕으로 다시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연은 경제의 원리를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 자연의 경제 원리에 대한 이해의 출발점은 프랑스 과학자 페르마 발견한 ‘최소 시간의 원리’이었다. 페르마는 빛이 두 지점 사이를 이동할 때 항상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길을 택해서 운동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한 마디로 빛은 어디를 가든 제일 빨리 가는 길만을 골라서 다닌다는 뜻이다. 빛은 최소 시간의 원리라는 경제 원리를 어김없이 지킨다. 빛은 그렇다 치고 그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물체의 운동은 어떨까? 그것들 역시 반드시 프랑스의 라그랑주라는 물리학자가 발견한 ‘최소 작용의 원리’라는 경제 원리에 따른다.

 당시 라그랑주를 비롯한 프랑스 물리학자들은 뉴톤이 발견한 역학체계와 만유인력 법칙을 대단히 싫어했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힘은 접촉에 의해서만 전달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뉴톤이 제시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지구와 태양 사이에 아무런 접촉 없이 작용하는 만유인력이라는 개념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생각은 현대 물리학 관점에서 보아도 옳았다. 힘은 접촉에 의해서만 전달된다. 중력은 중력자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입자의 접촉에 의해 전달된다. 뉴톤의 역학 체계를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던 끝에 그들은 물체의 운동은 라그랑주가 ‘작용’이라고 정의한 물리량의 변화가 가장 적은 경로를 택하여 이루어진다는 경제 원리를 발견했는데 이것을 라그랑주 역학이라 부른다. 매우 복잡한 시스템의 문제 풀이에는 뉴톤 역학보다 라그랑주 역학이 훨씬 편하다.

 이렇게 ‘최소 시간의 원리’와 ‘최소 작용의 원리’라는 자연의 경제 원리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본질적인 원인을 밝혀낸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론과 일반 상대론이라는 자신의 두 가지 이론을 바탕으로 그와 같은 자연의 경제 원리의 원천과 의미를 깔끔하게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의 설명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자연의 운동은 굽은 시공간에서의 직선 운동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직선 운동의 의미를 쉽게 풀어 보면 이렇다. “자연은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빠른 변화가 이루어지는 길을 택하여 진화한다.” 자연은 본질적으로 결코 한 자리에 멈추어 있을 수 없으며 반드시 가장 빨리 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자연의 변화는 반드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만 진행된다. 만약 원래 상태로 돌이킬 수 있다면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변화를 최우선 가치 중 하나로 삼는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

 생명체의 등장을 변화를 요구하는 자연의 섭리에 따른 합당한 귀결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으며 필자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생명체의 존재가 어떤 주어진 환경의 변화를 가속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 인간을 포함한다. 자연은 우리를 포함한 자연이 가장 빠르게 변화하며 진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것도 결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만!

 서두에 잠시 언급했지만 우리는 매우 어리둥절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요즘 과거의 유산과 주변 자연환경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변화, 그것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빠른 변화를 요구하는 자연의 섭리에는 분명히 어긋난다. 따라서 인류의 과거 유산과 자연환경의 보존은 인간 사회를 위한 선일 뿐 자연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신이 인간을 버릴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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