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49>대장간의 도라지꽃 같은 여자
평설 금병매 <149>대장간의 도라지꽃 같은 여자
  • 하대성 기자
  • 승인 2014.01.28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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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흐흐, 남의 마누라를 탐내는 것은 도둑이 아닌가요?"

 

 

 장굉이 흐흐흐 웃었다.

 

 

 "남의 마누라를 탐내? 내가?"

 

 

 미앙생이 얼굴을 찡그렸다. 눈치 빠른 장굉이 벌써 자신이 대장간의 도라지꽃 같은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알았는가 싶어서였다.

 

 

 "아닙니까요? 은자 한 냥을 들여 쓸데도 없는 단도를 만드는 연유가 무엇입니까요? 대장간 사내의 마누라가 장가현에서는 젤 예쁘다는 소문이 파다하던걸요. 이놈도 알 것은 다 압니다요."

 

 

 장굉이 이죽거렸다.

 

 

 "이놈아,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따라오기나 하거라."

 

 

 미앙생이 벌떡 일어서며 화를 냈다. 멧돼지의 울음소리는 벌써 그쳐있었다. 그것은 멧돼지의 목숨이 끊어졌다는 뜻이었다. 만약 멧돼지가 덫에만 걸려있는 것이라면 산이 무너져라 고래고래 꽥꽥거리고 있을 판이었다. 그런데 산이 죽은 듯이 조용한 걸로 보아 멧돼지의 숨통이 끊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살아있는 짐승의 숨통을 단숨에 끊을 정도라면 포수의 칼 다루는 솜씨도 여간 아닐 것이다. 미앙생은 그리 짐작했다.

 

 

 "어디로 가시게요? 저 산 속 어디에 도력 높은 스님이라도 계십니까요?"

 

 

 미앙생이 닭벼슬 산엘 오른 연유를 모르는 장굉이 물었다.

 

 

 "멧돼지의 안부나 살피러 가자."

 

 

 미앙생이 대꾸했다.

 

 

 "멧돼지를 훔치시게요? 도둑질은 싫다면서요?"

 

 

 "누가 도둑질을 하자고 했느냐? 주인이 있으면 한 다리 얻어먹자는 것이지."

 

 

 "흐흐흐, 좋지요. 서방님은 얻기만 하십시오. 굽기는 이놈이 굽겠습니다요."

 

 

 장굉이 낄낄거리며 조금 전 멧돼지 울음소리가 들리던 쪽으로 앞장섰다.

 

 

 "어? 저길 좀 보십시오, 서방님."

 

 

 여나믄 걸음을 나무 숲 속으로 걸어가던 장굉이 속삭였다. 황소 같은 사내 하나가 멧돼지를 어깨에 둘러메고 계곡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한 눈에 키가 칠척 장신이었다. 제법 큼직한 멧돼지인데도 겨우 어깨를 덮고 있을 만큼 사내는 키가 크고 등치가 우람했다. 더구나 걸음이 빨랐다. 눈깜짝할 사이에 사내는 벌써 골짜기를 다 내려가 아득히 멀리 보이는 계곡의 바윗가에 멧돼지를 털썩 내려놓았다.

 

 

 "기운이 장사네요."

 

 

 장굉이 탄성을 내질렀다.

 

 

 '혹시 채곤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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