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은 왜곡일 뿐
왜곡은 왜곡일 뿐
  • 정진숙
  • 승인 2014.01.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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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만 틀면 매일 매일이 논란거리인 요즘이다. 즐거운 소식보다 한숨 나오는 소식이 더 많으니 팍팍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정도는 불행 중 다행인 소식도 있었다. 교학사 국사 교과서의 채택률이 0%대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들이 있는 집이라면 요즘 뉴스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국사 교과서 채택 논란이 가속화 되고 있는 요즘 정부는 교학사 국사 교과서의 채택률이 영 맘에 들지 않는 눈치다. 0%를 100%로 바꾸고 싶어 하니 말이다. 현재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북한,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 정도이다. 그런데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선진국이 없다는데?”라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내어놓았다. 더해서 특히 북한이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여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선진국에 북한이 포함되어 있나 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다. 어떻게든 교학사의 국사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가르쳐 보려는 생각이 만든 촌극이다.

전주의 상산고등학교는 교학사의 국사 교과서를 채택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철회했다. 상산고등학교는 다른 시각으로 쓰여 있는 역사교과서를 사용해 학생들에게 역사를 보는 스펙트럼을 넓혀 주기 위하여 교학사의 국사 교과서를 선택하려 했다고 말했다.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애초에 잘못 전제된 것이 있었다. 역사는 기록이고 해석이지만 그 해석이 다수 사람들에게 인정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독일의 경우 역사교육에 있어서 나치의 폭력지배를 학교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외국인적대적인 경향들과 폭력행위들을 공식적으로 비난하였으며 학생들에게 나치지배의 잔혹성을 가르칠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역사를 가르친 후에 다양한 해석과 평가들을 통하여 논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과거청산을 궁극적으로 민주적이고 법치국가적인 질서의 보존과 발전을 할 수 있는 과제로 보고 있다는 점이 우리가 참고할 만한 태도이다.

독일의 경우는 자신들의 과오를 되새기고 반성하는 것이나 우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과오를 반성해야 하는 쪽은 일본인데 되려 식민 지배를 당한 나라가 그 식민 지배를 긍정하고 밝은 면만을 보려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쯤 되면 어느 나라 정부인지 정부의 정체성까지 의심해봐야 할 지경이다. 정치색을 나누기에 앞서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일본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 교과서가 한국 사람들의 손에서 서술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독립운동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인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설명도 없는 교과서가 친일파인 이종린의 사진 아래에는 그의 업적을 길게 설명하고 있었다. 일제의 손에 죽어가신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관에서 뛰쳐나오실 일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이 이제는 역사 속에서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버렸다.

제대로 된 과거청산이 없이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사상누각이 되어버렸다. 역사도 왜곡되고 있다. 교학사 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역사 해석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리고 그 속내는 이미 국민들에게 다 들켜버린 듯 하다. 머리를 풀숲에 파묻은 채 내 눈에 다른 사람이 안 보이면 나도 다른 이들에게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 꿩 같은 태도를 버리고 인제 그만 패배를 인정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정진숙<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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