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화합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화합 리더십이 필요하다
  • 김춘진
  • 승인 2013.12.12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 이외에는 어울리는 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숨 가쁘게 흘러간 2013년 계사년 한 해도 어느덧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무릇 12월이라 하면 한 해를 정리하면서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가족과 연인과 또한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일원들과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올해는 안타깝게도 그런 흐뭇한 풍경을 바라는 것이 욕심으로 남을 것 같다. 올 한 해 국민께서 웃을 일이 많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을 웃고 행복한 길로 안내해야 할 정치권에 몸담는 필자도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난 5일 남아공의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의 별세했다. 화합과 평화의 상징이었던 만델라의 영면 소식에 남아공 국민들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애도의 마음을 전했고 그의 장례행사에는 10만 명의 인파와 전 세계 91개국에 이르는 사상 최대 숫자의 전·현직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하여 만델라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였다. 만델라가 이렇듯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남아공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라 불리는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을 통해 인구의 16%에 불과한 백인들만을 위한 특권을 보장한 백인 우월주의 국가였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버스에 오르지도 못했고 공공기관 이용에도 흑인들에게는 제한이 뒤따랐으며 흑백인간의 결혼은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부조리들이 불과 몇십 년 전에는 현실이었던 곳이 바로 남아공이었다.

 만델라는 이러한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 백인사회에서 오랜 고난의 시간 속에서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남아공 현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를 이끌고 인종차별을 넘어선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다 27년간이나 옥살이를 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그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어 1993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1994년에 이르러 남아공을 지배했던 아파르트헤이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만델라가 더욱 찬양받는 이유는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이후의 행보 때문이다.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흑인들의 울분이 백인사회에 대한 보복으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만델라는 화합과 통합을 강조했다. 취임 후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출범시킨 그는 백인에 대한 용서와 흑인들 그동안의 분노에 대한 자제를 촉구하면서 흑인과 백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이루어 내었다. 그가 가진 신념을 실천하고자 한 위대한 ‘화합의 리더십’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2013년은 불안과 기대감이 교차한 채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였고 국민들은 새로운 화합과 신뢰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 주기를 바랐다. 취임 전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불려왔고 대선과정에서 밝혔던 국민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믿어야만 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10여 개월이 지난 지금 그동안 쌓아왔던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색깔은 희미해져 가고 있다. 대선 당시 약속했던 복지 등의 각종 공약은 이제 와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치고 있고 국정원과 군 등의 국가기관에 의해 벌어진 정치개입 및 대선개입의 실체와 사실 관계가 속속 불거져 나오는 현실에서 대통령은 국민들의 진실과 책임소재의 규명을 요구하는 소리에 묵묵부답이다. 민생은 어려워지고 정치는 혼란스러우며 민심은 사분오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나누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들리지 않는 듯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위기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얼마 전 “국론을 분열시키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정쟁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분열된 국론의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는 심판의 자리가 아닌 그 원인을 되돌아 보고 그 사이를 메워 국민이 모두 하나 되어 함께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가게 할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의 길잡이임을 알아야 한다.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김춘진<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