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허용에 대한 찬반논란
원격진료 허용에 대한 찬반논란
  • 김형준
  • 승인 2013.12.11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15일 의사협회는 전국의사대회를 여의도에서 열고 ‘원격진료와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투쟁을 대대적으로 펼치겠다고 선언하였다. 사실 연일 터지는 대형 뉴스들 속에서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이슈이나 원격진료 문제는 국민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바로 보건복지부가 10월29일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에 고하면서 시작되었다.

원격진료란 한마디로 컴퓨터와 영상기기, 그리고 통신을 통해 멀리서 화면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진료로써 의료행위의 가장 오래된 전통인 환자를 직접 보고하는 대면진료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집이나 직장에서 정보기술(IT) 장비를 이용해 의사의 진찰을 받는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고혈압, 당뇨같이 상시적 질병관리가 가능해지고 의료접근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였다.

또한, 도서 및 벽지 같은 의료취약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상존하고 도시지역 만성질환자들 역시 직접 진료 전 생활과정에 대한 관찰 등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고 있지 않다며 “정보통신기술의 연결성과 정보 처리 분석력은 이러한 공공의료 문제를 보완ㆍ해결할 유용한 대안”이라고 평가하였다. 원격진료는 한국의 높은 IT 기술과 의료기술이 만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의료를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자원부는 새로운 분야의 산업이 열려 새로운 기업이 생기고 8,000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전망과는 달리 대부분 의약단체를 일제히 우려와 반대를 일제히 표명하고 있다.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이들 단체는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원격의료는 혼란을 증폭시킬 것이라며 원격진료의 안정성, 즉 오진이나 기계의 오작동 등 아직도 검증되지도, 연구되지도 않은 방식을 성급히 도입하여 국민 생명을 담보로 실험하려는 태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원격의료는 대면진단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하고 시진, 촉진, 청진 등의 진찰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원격진료는 의사밀도(단위면적당 의사 수)가 우리나라의 1/30에 불과하고 3만여 개의 섬나라로 이뤄져 의사 얼굴을 한 번 보는데 평균 3시간이 소요되는 핀란드, 의사 밀도가 우리나라의 1/100에 불과한 호주 등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주(State)에 따라 허용되는 곳과 허용되지 않는 곳이 있지만, 미국도 의사밀도가 우리나라의 약 1/20에 불과하고 그나마 원격진료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곧 원격의료가 허용된 나라들은 의사의 밀도가 매우 낮아 의료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곳으로 대부분 환자의 필요성보다 의사의 요구에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OECD 국가 중 의사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우리나라에서 IT기술이 진료의 보조수단이 아닌 대면진료를 대체하도록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에 앞장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할 경우 대형병원 쏠림 가속화로 인해 1차 의료가 붕괴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원격의료가 허용된다면 이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 자명하며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누구나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원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을 두어 생존해 온 동네의원들의 붕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에 동네의원만 원격의료를 허용한다고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일단 둑이 터진 이후에는 결국 대형병원의 원격의료를 막을 명분이 없게 될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의도는 결국 원격진료시스템을 개발하여 국내외에 보급준비를 마친 몇몇 대기업에게 의료를 통한 돈벌이가 될 가능성이 크고 정부 역시도 ‘창조경제’, ‘신성장동력’ 운운하여 그러한 기대를 들어내고 있다. 또 다른 수혜자인 대기업을 모체로 한 대형병원들의 영리병원이나 의료민영화를 위한 발판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우려도 결코 간과하기 어려운 지적이라 보인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높은 첨단 IT 기술을 이용해 미래의 의료가 좀 더 접근하기 쉽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안전이 제일의 가치이다. 신중하게 연구하고 점진적으로 접근하여 120% 확신이 들 때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준비 없이 밀어붙이기 식 정책을 보이고 있어 걱정스러운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더욱이 많은 재원을 투자하여 수준을 높여도 부족한 마당에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를 생각한다면 더 큰 재앙적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전문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