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4.0시대, 농업문화에서 해답을 찾자
한류4.0시대, 농업문화에서 해답을 찾자
  • 김동영
  • 승인 2013.11.25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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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드라마(한류1.0)로 시작된 한류가 한국음악이라는 K팝(한류2.0)으로 바통을 넘긴 후 음식과 한국어 등 한국문화(한류3.0)로 옮겨가더니 이제는 한국식 생활 즉 코리안 라이프스타일(한류4.0)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한류4.0시대라고 부른다.

한류는 한류2.0을 기준으로 시기별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류2.0까지는 한국에서 만든 디지털 콘텐츠에 기반하고 있다. 미디어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는 인터넷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나 해외 K팝 사이트 ‘숨피’ 등의 콘텐츠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동시간적 공유가 가능해 졌다. 또한, 한국문화의 고유성에 기반을 둔 콘텐츠들은 그동안 유럽이나 미국 중심의 콘텐츠에서 볼 수 없는 독창성으로 세계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류3.0시대부터는 한국문화의 일상적 콘텐츠로 중심이 옮겨갔다. 일상적 콘텐츠는 한국 사람들의 의·식·주와 생활 전반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전의 한류와 다른 큰 차이점이다. 자국에서 한국의 일상적 생활을 따라하면 따라할수록 한국이라는 한국문화의 본향에 대한 이상적 욕구는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한국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을 직접 체험해보기를 원한다. 이제 한류는 콘텐츠의 수출이라는 문화상품을 넘어 교육과 체험 및 관광이라는 새로운 오프라인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2.0까지 디지털 콘텐츠는 대부분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의 80% 이상이 수도권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콘텐츠에 의한 관광시장 또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남이섬이나 경기도 고양시의 k팝 전용공연장 건립 등이 전적인 사례다. 콘텐츠의 제작과 수익 및 관광수입까지 지방이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지방은 기껏해야 드라마에 잠깐 나오는 세트장이나 촬영장이 반짝 특수를 노릴 뿐이다. 하지만, 한류가 3.0을 넘어 한류 4.0시대로 진화하면서 한국의 전통적 라이프스타일을 간직하는 지방이 한류의 새로운 시장으로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는 산업화시대 개발에서 소외가 오히려 지금에 와서는 한국문화의 고유성을 지키고 현대에도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가장 한국적인 고장이 되는 원인이 되었다. 판소리의 생산과 소비가 현재에도 지속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통한지를 생산하고 있고 이를 활용한 서예와 서화가 발달하여 있고, 발효식품과 한정식 등 전라도 음식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향유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전라북도가 이렇듯 전통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공동체 문화를 기반으로 한 농업에 있다. 풍요로운 농업문화를 기반으로 소리와 음식문화 등의 전통문화를 발전시켰고, 오랫동안 지속한 농업 공동체 문화에 의해 전통적 라이프스타일을 꾸준히 향유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의 경쟁력 있는 한류 4.0시대의 콘텐츠는 전통음식, 전통놀이, 전통예술, 전통공예품 등 농업에 바탕을 둔 전통적 삶의 양식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라북도가 한류4.0시대를 선도하려면 농업이 살아야 한다. 그것도 전통적 공동체의 삶이 지속가능한 형태의 한국적 농업에 대한 새로운 부흥이 필요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은 한류4.0시대를 주도하려는 전라북도에 아주 좋은 본보기다.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는 500년이 넘게 잘 보존된 한옥과 초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유교에 바탕을 둔 전통적 관혼상제와 농업에 바탕을 둔 양동줄다리기 등의 전통적 문화유산과 서백당, 향단, 관가정 등 양반과 농민이 어우러져 사는 전통적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현재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가 한류4.0을 선도하려면 소리, 한지, 음식, 태권도 등 문화적 결과물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러한 문화가 나오게 된 인문학적 뿌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토대를 튼튼하게 할 때 비로소 문화적 결과물에 대한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임실 필봉의 정월 대보름굿, 전주 삼천동의 기접놀이, 정읍 정량골 줄다리기, 부안 우반동마을 등이 바로 전통적 삶의 방식이 그나마 남아있는 곳 들이다. 이러한 삶의 양식은 거의 모두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농업공동체가 서서히 붕괴하면서 삶과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농가소득의 창출이나 농촌활성화가 아닌 전통적 농업에 기반을 둔 전통적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보존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 농업정책이 필요하다.

김동영<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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