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소통의 정치를 원한다
국민은 소통의 정치를 원한다
  • 정운천
  • 승인 2013.11.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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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소통이란 말이 우리 일상생활과 정치권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나 또한 이곳 전북에서 정치 활동을 하면서 도민께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상생과 협력, 그리고 소통 정치를 호소해 왔다. 소통이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전제되어야 하기에 소통을 잘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며칠 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번째 시정연설이 있었다.

4대 국정기조와 함께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주요 국정목표 달성을 위한 국회의 지원과 협조 당부가 주된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소속 정당별 의원들의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모두 일어서 박수를 보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애써 대통령을 외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최근 정부의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었다.

연설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은 연단을 내려와 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에게 악수를 청했다. 악수 제의를 받은 의원은 앉아서 손을 내밀었고 그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했다.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박근혜는 개인 박근혜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 이기에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떠나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기대했다. 소통의 정치를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었다.

70년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50달러 남짓이었다. 그러나 2012년 2만 달러에 이르렀고 이제 3만 달러 시대를 향해 달리고 있다. 6.25 전쟁 후 폐허가 된 국토에서 처절한 가난의 아픔을 딛고 불과 60여 년 만에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으니 정말 감격스런 일이다. 그러나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아픔이 많이 있다. 뿌리 깊은 지역갈등, 빈부의 갈등, 세대 간 갈등까지 또 다른 문제들이 우리 앞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것인가?

바로 소통의 정치이다. 소통이란 다름에서 비롯되는 차이를 알고 배려하는 것이며 이러한 배려가 공감을 얻어 소통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입이 아니라 귀이며, 소통은 기교가 아니라 베푸는 마음이라고 했다. 상호간 오해 없이 통하기 위해서는 내 것을 조금 내려놓고 우리 모두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려는 포용력이 바로 소통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즉 소통은 자신을 높이기보다는 온유‘(溫柔)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준다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국정운영에 협조해 주길 바라는 마음과 야당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 국회를 존중하고 국정 파트너인 야당과 소통하며 민생을 풀어가겠다는 대통령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또한 국민을 위해서라면 조금 양보하며 대통령과 힘을 모으고 대립과 갈등을 성숙하고 지혜롭게 풀어가려는 국회의원들의 포용력 또한 기대한다.

아울러 오랜 지역갈등 속에 이곳 전북에서도 새누리당은 도민을 위해 일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그 결과 여야 경쟁 없는 정치, 중앙과 불통의 정치가 되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의 몫으로 돌아갔다. 영호남 지역 모두 속히 지역갈등에서 벗어나 여당과 야당이 서로 협력하며 도민의 민생을 챙길 수 있는 정치 터전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춥고 긴 겨울을 국민들은 이겨내야 한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여야를 뛰어넘어 양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소통의 자질을 갖춘 위정자들을 국민은 기대한다. 국민은 소통의 정치를 원하고 있다.

 정운천<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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