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해로 조직에서 역할을 다하자!
용서와 화해로 조직에서 역할을 다하자!
  • 장선일
  • 승인 2013.11.19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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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물질은 엄격한 질서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면서 변화하고 유지된다. 물질을 이루는 최소단위인 원자도 그 주위를 도는 일정한 전자의 역할에 의해서 유지되며 원자들이 보여 분자를 이루면서 물질의 형태를 보여주고, 생명의 최소 기본단위인 세포도 수천 가지의 분자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생물과 물질은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변화되면서 역할을 다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인간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직 중 가장 작인 단위인 가족도 하나하나 구성원이 역할을 다할 때 건강한 삶이 유지된다. 가족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마을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집단이 모여 국가를 이루면서 조직화한 집단이 국가라는 크나큰 이익단체가 되어 세계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사람이 모이다 보면, 서로 간에 추구하는 생각 차이 때문에 이해상충(利害相衝, conflict of interests)이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혈연을 근간으로 하는 가족에서 조직 구성원간의 끊임없는 이해상충이 초래된다. 하물며 현대와 같은 고도로 분화되고 자본을 중시하는 조직사회에서는 이러한 이해상충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가정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이해상충에 휘말려 경우가 허다하다. 성격차이 또는 경제적 이유를 들어 가족이 해체되는 길을 걷기도 하고, 소속된 조직에서는 아주 작은 이유로 인해 그 골이 심화하면서 법적 투쟁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법을 만들고 감시해야 할 국회에서조차 이해상충이 심화하여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일이 허다하다.

 사실 우리는 오랜 기간 도덕과 윤리적 교육을 받고 있거나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잘못을 저질을 수 있다. 아마도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윤리적 관점에서 단 한치도 안 벗어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우리가 정한 도덕 및 윤리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직사회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발전하여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용서와 화해가 있기 때문이다. 용서는 잘못으로부터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할 때 이루어질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닐 수 있다.

 1959년부터 1967년까지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했던 중국의 류사오치 주석의 부인 왕광메이(王光美) 여사는 새로 잡은 권력가들에게 수많은 수모와 함께 치욕적인 옥살이를 다 치르고 사면되면서 세상에 나와 그녀를 가장 욕보였던 권력가의 자손들을 용서하고 식사로 화해를 이끌어 냈고, 말년에는 시골의 가난한 자들을 위해 한평생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또한, 유신의 독재정권에 맛서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옥살이를 하면서도 분노를 용서와 하해로 승화시킨 김대중 대통령을 보면서 용서와 화해라는 것이 꼭 사과가 있을 때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우러나옴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이러한 잘 못으로부터 조직과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용서와 화해라는 가장 아름다운 미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속담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우리의 미덕 속에서 작금에 일어나는 사회의 현상을 보면, 가정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해상충 속에서 서로 미워하고 허물을 들추어내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크게는 지난 대선 때 불거진 NLL사건과 국정원의 선거개입 등 여야가 반목하며 한 치도 물러설 기세 없이 서로 으르렁대고 있다. 게다가 자기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명분하에 첨예한 지역간 갈등을 일으키면서 법적 공방에 휘말리고 있다. 작게는 가족이 해체되는 위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대책 없이 수많은 상처를 남기고 있고, 직장 속에서 서로 잘못을 용서하는 마음 없이 자기의 타당화를 위한 논리를 새워 조직이 해체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일이 많다.

이제 계사년이 한 달 남직 남아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남에게 해를 입힌 일이 있는지 뒤돌아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맹자의 사단에 나오는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구성원 또는 조직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용서하고 행동으로 화해를 청하여 새로운 갑오년을 준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바다보다 넓은 것은 하늘이며, 하늘보다 넓은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 했다. 우리는 더 넓은 마음으로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훈훈하고 넉넉한 겨울을 보내면 좋겠다.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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