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간, 문턱을 더 낮춰야
전시공간, 문턱을 더 낮춰야
  • 배승철
  • 승인 2013.11.18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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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국민의 문화적 체험 욕구를 충족시키고 전업작가들에게는 전시기회 및 작품유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공간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도민들이 체감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전시공간의 문턱은 아직도 높기만 한 실정이다.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 경쟁력을 위해서는 좀 더 대중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중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지역주민들이 전시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지역에 있는 51개 공?사립 박물관?미술관 가운데 주민의 접근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전시공간의 규모보다는 관람객의 규모가 우선이다.

접근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보면 전북도가 추진하는 작은 문화공간 시리즈에 작은 박물관?미술관을 포함한 것은 매우 잘 된 일이다. 비록 크지 않은 전시공간이지만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여 구도심 재생을 비롯한 큰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일상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진 위압적인 외관의 문화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전시공간에 자주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효과적인 방안은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전시공간이 차가운 공간, 엄숙한 공간, 전문적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려야 한다. 따져보면 관람객이 보는 전시물은 사람의 사상, 생각, 꿈 등이 시각적으로 표현됐는 ‘따끈따끈한 것’일 수 있으며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접하는 도구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시공간은 우리의 생활을 만날 수 있는 친근한 곳으로 변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음악공연과 무용, 연극과 교육활동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아울러져야 한다. 관람객이 없어 절간같이 운영되는 곳, 고급한 취향의 전문가만을 위한 공간은 사라져야 한다. 적어도 공적인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곳은 더욱더 그렇다.

전시공간 간 다양한 분야의 연계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전북도의 경우 ‘전라북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 조례’를 제정하여 관련 시설과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중앙정부차원에서도 학예인력 지원, 인턴지원, 해설사 배치 지원사업, 박물관 협력망 활성화 사업 등과 같은 역량강화를 위한 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시 및 프로그램 개발과 같은 단위사업 지원도 펼치고 있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례제정과 단위사업 지원이 전시공간의 운영활성화라는 목표에 효율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역단위의 공동마케팅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역 전시공간 관람 패키지 도입, 관광투어버스 및 관광지도 활용, 지역 동호회 및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등이 바로 그것이다.

관련 조례에 따라 전북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전라북도박물관?미술관협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박물관?미술관지도’나 협의회 홈페이지 제작 등과 같은 사업은 의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미능대지체(美能大之體)’, 즉 ‘아름다움과 지혜로 지극히 큰 본체’라고 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하는 주체라는 뜻이다. 미적인 추구가 창조성이 요구되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다 보니 시각예술은 오랫동안 고급예술의 영역에 머물러 왔다.

지난 세기 말에 이르러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는 모호해졌고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사실상 경계가 무너져 버렸고 오히려 산업적인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 데도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우리 지역의 많은 전시공간이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지역에 소재한 전시공간은 지역주민의 문화예술향유를 위한 중요한 기반시설이며 관람객 유입을 통한 지역 문화관광마케팅의 핵심적 요소로 활용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지역주민들의 미적 창조성을 높여 지역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높은 전시공간의 문턱을 낮춰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승철<전라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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