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한옥마을의 슬로시티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한옥마을의 슬로시티
  • 서정숙
  • 승인 2013.11.11 16: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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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서울 성북동 북한산 자락에 있는 미국 CNN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소개한 한국가구박물관을 견학하였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당시엔 정상 배우자들의 오찬 행사를 이곳에서 열었고, 이후에도 국빈 방한한 우루과이 대통령 부부 등 해외 VIP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옛집을 옮겨 짓기 시작하여 현재는 궁채, 곳간채, 사대부집, 부엌채로 구성되어 있다. 궁채는 1970년대 창경궁 일부가 헐릴 때 가져온 기둥과 기와를 살려 재건축하였으며, 사대부집은 순정효황후가 실제로 살던 집을 후에 사들여 옮겨왔으며 십장생 무늬를 넣은 굴뚝이 있고, 곳간채는 명성황후 사촌오빠의 마포집 곳간을 가져와서 경주 최부잣집의 곳간 모습으로 복원하였고, 부엌채는 전남 순천의 송광사 요사채를 본 따 지은 것으로 지붕 중앙에 환기구가 솟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한국가구박물관의 전경은 한옥과 나무와 샘이 어우러져 단아한 멋을 풍기고, 궁채의 지하층을 상설 전시장으로 꾸며 다양한 재질의 조선시대 목가구와 자기 등 2500여 점의 소장품들을 교대로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지상의 한옥이 전통 건축 본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도 지하의 전시실은 인공조명과 함께 자연 채광을 그대로 받아들여 환경친화적이고 현대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편리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전주한옥마을은 2010년 11월 국내에서는 7번째, 세계적으로는 133번째이고, 인구 5만 명 이상의 도시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더불어 한국관광 8대 으뜸 명소 선정, 한국관광의 별 선정 등으로 관광객이 급증하고 상업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전주시는 2015년 슬로시티 재지정을 위해 한옥마을의 고유성과 이미지를 지키고 상업화 속도를 늦추는 방안으로 2층 건축 전면금지, 지하층 건축 금지 명문화, 담장 및 대문 설치 의무화 등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슬로시티의 철학은 성장에서 성숙, 삶의 양에서 삶의 질, 속도에서 깊이와 품위를 존중하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아니라, 빠름과 느림,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조화로운 삶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즉, 슬로시티 운동은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과 정보 시대의 역동성을 조화시키고 중도(中道)를 찾기 위한 처방이라고 국제슬로시티공동체는 표방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전주에 들어오게 된 일본인들이 처음에는 주로 천민이나 상인들의 거주지역인 서문 밖 전주천변 다가동 근처에서 행상하면서 살았으나, 4대문 중 남문을 제외한 성문이 모두 철거되자 성안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성안에 진출한 일본인들이 1930년대에 다가동과 중앙동 일대에 전주 최대의 상권을 차지하자, 이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은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교동과 풍남동 일대의 한옥군은 다가동과 중앙동 일대의 일본식과 대조되고, 화산동의 양풍(洋風)인 선교사촌과 학교, 교회당 등과 어울려 기묘한 도시색을 연출하게 되었다. 오목대에서 바라보면 팔작지붕의 휘영청 늘어진 곡선의 용마루가 즐비한 명물이 바로 교동, 풍남동의 한옥마을로 보존되어 온 것으로 그 역사가 80여 년에 이른다.

 전주한옥마을이 다른 지역 한옥마을과 달리 도심에 있고, 주민이 거주하면서 사는 한옥에서 한옥생활체험을 할 수 있어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한옥마을의 활성화로 인해 점차 그 상권이 주변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스쳐가는 관광이 아닌 머물고 먹고 즐기고 체험하면서 돈을 쓰는 관광지가 되기 위해 상업화는 불가피했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상업화라는 빈대가 무서워 먹고 즐기고 휴식하고 체험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함과 창조적인 발전과 역동적인 변화를 과거로 회귀시켜 초가삼간을 태우지 말아야 한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50년 100년 전의 한옥 양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국가구박물관처럼 지상의 한옥과 지하의 석조 간의 조화로움, 편리성 그리고 한옥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 진정한 슬로시티다.

 전주한옥마을에 살면서 슬로시티를 이끄는 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담장 및 대문 설치 의무화, 지하층 금지 명문화, 2층 전면금지 등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한옥보존보다 한옥 재활용 프로젝트, 한옥마을 계획적 재개발 및 한옥 리스타일링 프로그램, 한옥마을의 품질을 높이는 기술과 설비의 적극적 도입, 한옥마을 전체 미관 색상에 대한 계획, 관광정보 및 방문객 환대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관광 표지판의 국제화 및 규격화, 주민의 의식수준 함양을 위한 캠페인 등이 오히려 2015년 슬로시티 재지정에 더욱 중요한 요건이다.

 서정숙<전주기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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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2014-04-16 00:45:44
전주비전대학교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로 선정되어 올해 80.1%의 취업률로 전국 7위의 쾌거를 거두었고, 청년취업아카데미 3년 연속 선정되었다. 비전대학교는 두산, 삼성 등 현장실습은 물론 보건계열로는 남원의료원, 연세의료원, 분당차병원, 전북대병원, 전주병원 등과 협약을 체결하였다. 또 JTV 전주방송과 신학협약 및 나무기증식을 주고받았고 네팔에 있는 대학과 복수학위제 협약을 체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