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공화국의 여대생 사망
성형 공화국의 여대생 사망
  • 김선남
  • 승인 2013.11.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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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성형수술의 열풍이 만만치 않다. 한 조사에 의하면, 여성 5명 가운데 1명이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를 인구 1,000명당으로 환산하면 약 13.5명이 성형수술을 받는 셈이다. 이 수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2011)도 우리 사회의 성형열풍을 보여주는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의하면, 200억 달러(21조원)에 달하는 세계 성형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규모는 45억 달러(5조원)로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보면 우리사회는 그야말로 ‘성형 공화국’ 인 셈이다

성형열풍이 거세진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의료 마케팅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의료 기관들은 여성의 외모와 신분상승을 교묘하게 연결시키는 한편, 외모변화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성형병원의 광고가 없는 지하철 광고판, 일간신문, 포털사이트, 여성잡지 등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성형수술의 열풍은 성형수술을 관광산업과 연결시키는 정부시책과도 맞물려 나타났다. 성형수술을 받도록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의료진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상품을 추진하는 자치단체가 하나 둘이 아니다.

언론도 이러한 성형열풍을 조장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 특히, 일부 언론은 각국의 성형문화를 보도하면서 우리 기술력을 부각시켜 마치 우리나라를 성형수술의 안전지대인 양 소개하였다.

성형수술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살면서 선천성 기형이나 후천성 기형이 있는 경우 이를 보정하는 수술은 꼭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하여 신체를 무분별하게 손보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이러한 성형수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는 목숨을 담보로 한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도 부산의 한 여대생이 성형수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사고이다.

성형수술의 열풍이 확산되면서 이것이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미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몇 가지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먼저, 성형수술이 보편성과 일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성형수술이 연예인이나 특정 직업인, 젊은 여성 등에 한정되어 이루어졌던 반면, 최근에는 학생, 전문직 여성, 주부 등과 같은 젊은 여성뿐만 아니라 할머니들까지도 가담하는 추세이다.

둘째, ‘외모 지상주의’가 상업성과 맞물려 성형수술을 강요된 선택으로 만들었다. 성형수술이 과거에는 ‘예뻐지고 싶다는 미적 가치’에 의한 자발적인 선택이었다면, 최근에는 ‘외모 지상주의’에 의해서 강요된 선택이 되었다. 이는 의료자본의 상업성에 의해 만들어진 현상이다. 거대산업으로 변신한 성형산업은 사이버공간을 활용하여 ‘외모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최근 적발된 강남의 유명병원의 포털사이트 조작사건(즉, 직원을 동원하여 허위정보를 인터넷상에 확산시켜 성형을 홍보한 사건)이 이에 해당하는 좋은 예이다.

셋째, 성형수술의 열풍은 여성의 지위향상에 걸림돌이 된다. ‘외모 지상주의’는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계발이나 능력배양보다는 외모다듬기에 많은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게 만든다. 그 결과 여성을 이등시민의 존재로 내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형수술의 열풍이 잦아들지 않는 한 여성의 지위향상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성형수술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무면허 시술을 받은 여성들은 심각한 육체적, 심리적 폐해를 겪는다고 한다. 방송을 통해 소개된 ‘선풍기 아줌마’의 사례가 보여주었듯이 이들은 성형중독을 겪거나, 우울증, 낮은 자아존중감 등으로 평생을 고통 받는다고 한다. 극단적인 경우, 일부 여성은 의료사고로 사망을 하거나 잘못된 수술을 비관하여 자살을 하기도 한다.

“돈이면 다 된다”, “외모가 중요하다” 등의 사고에 기반을 두고 유행처럼 번지는 성형열풍은 이렇듯 많은 여성들을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위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지금은 성형열풍을 잠재울 특단의 대책과 ‘외모지상주의’를 불식시킬 수 있는 사고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김선남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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