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술혼은 고갈되고 있다”
[에필로그]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술혼은 고갈되고 있다”
  • 송민애 기자
  • 승인 2013.11.03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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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최고은을 막아라】(完)

 장장 12회에 걸친 기획연재 ‘제2의 최고은을 막아라’가 이제서야 끝이 난다. 그러나 시작할 때의 패기와는 달리 현재는 한없는 아쉬움만 남는다. 정작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안’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한 탓이다.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결말이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안고 가야 할 과제로 남겨 둔다.

 사실, 예술인복지법을 취재하고 보도하며 기획취재팀은 끝도 없는 물음에 부딪혀야 했다. 물음은 이런 식이다. 과연 예술인은 누구이며, 왜 지원을 해야 하고, 그 대상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어떤 식으로 지원을 해야 하는가 등이다.

 취재과정에서 수많은 취재원들을 만났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답을 구하지는 못했다. 기획연재 시작부터 끝까지 이 같은 물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반복됐다.

 그러던 도중 우연치 않게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됐다. 전화의 주인공은 전북연예예술인협회 소속의 조기현씨.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얘기는 놀라웠다.

 지난 10월 12일 전라북도청사 일원에서 열린 ‘2013 전북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드럼 연주자 이창호(62)씨가 공연 직후 급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조씨에 따르면, 당시 고(故) 이창호씨는 공연장에서 몸에 이상이 있음을 직감하고 병원을 찾았으나, 해당 병원의 권유로 대형 병원으로 이동하던 도중 숨을 거뒀다는 것이다. 공연을 마친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의 사망소식에 조씨는 물론이고 동료 예술인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힘겨운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 오른 무대가 그의 마지막이 되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평생 대중예술에 몸바쳐온 이씨는 “앞이 깜깜해지네”라는 단 한 마디를 남긴 채, 그렇게 허망한 죽음을 맞았다.

 조씨는 “그날은 급격한 기온변화로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이창호씨가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다 보니,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공연 직후 숨을 거두게 됐다”면서 “이날 공연 주최 측에서는 악기나 무대 시설과 관련된 보험만이 가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연주자는 연주할 수 있는 몸이 생명인데도, 정작 연주자들을 위한 보험가입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공무원이나 일반 직장인들이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어도 이런 식으로 일이 처리될지 의문이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스포츠 행사의 경우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의료진을 배치하지 않나. 그런데 수백 명이 모이는 이러한 공연에 의료진이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연주자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을 위해서라도 의료사고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 사건은 비단 고(故) 이창호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예술인들이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예술인들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이에 대해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됐음에도 예술인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이 제도와 그 필요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예술활동만으로 먹고살기 힘들어 투잡(two job)은 기본이고 쓰리잡까지 뛰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발적으로 이런 제도를 찾아 가입하고 신청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관이나 협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예술인복지법을 홍보하고, 예술인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취재현장을 누볐던 송민애 기자는 “그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언제까지 고민만 하고, 언제까지 정부에만 기댈텐가….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술인들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고, 그들의 예술혼은 고갈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이제 예술인 및 예술협회와 함께 지역 시군과 전북도가 나설 때다. 전북예술인과 지역 시군 그리고 전북도가 함께 머리를 맞대, 예향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역예술인들이 수준 높은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역할과 책임을 떠넘기면 떠넘길수록, 예술인들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희생은 더욱 커져감을 명심해야 한다.

 기획취재팀(한성천·김미진·송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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