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예술인복지법 실효성 높여야”
[전문가 제언] “예술인복지법 실효성 높여야”
  • 송민애 기자
  • 승인 2013.10.2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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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최고은을 막아라】 11.

 예술인복지법이 제정·시행됐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수많은 예술인들이 사회보장체제 안에서 소외·차별받고 있다. 예술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정책의 운영방안을 전북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예술인복지, ‘여전히 배고픈’ 예술가를 향한 자기증명의 요구 - 유대수((사)문화연구창 대표)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예술과, 예술(적인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립과 공유의 굳건한 의지를 이미 갖추고 있다면 이런 구차한 논점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예술은 그 자체로 당당하고 자유로우며, 무엇보다 난잡하기까지 한 현재의 반 발짝 앞에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진격의 시도를 일삼는 어떤 것이라고 믿는 형편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믿어 온 예술의 ‘자유의지’조차 국가와 자본의 마스터플랜에 속한 미망이 아닌가 하는 의혹은 여전하다. 이런 식의 혐의가 살아 있는 한, 그 예술의 순수와 탐미의 정당성은 끊임없이 의심받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이 말은 예술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정과 합의의 주체가 누구이며 그 수준을 어디에 위치시키고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련된 것이다. 또한, 예술가들의 지속 가능한 삶의 기반, 즉 상상력과 그 상상력의 표현함을 퇴화시키지 않을 최저의 입지 마련과 자존감을 보장하는 ‘사회적 방법’이 왜, 어떤 방식으로 필요한가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바로 이 지점에서, 파고들어 따질 것인지 그냥 그런대로 방치할 것인지에 관한 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연후라야 예술에 대한 국가지원의 정당성이나 예술가에 대한 ‘사회보장’이라는 갈피를 얼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난감한 문제는 “예술인에 대한 예외적 사회보장제도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표신중)” 하는 것이다. 일반과 분리되는 특별한 집단-자(者)로 인정하여 예외적 혜택을 제공한다는 발상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 획득의 문제 또는 보편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가라는 가설의 객관적 검증의 문제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비평과 해석과 판단을 구해야 할 것들도 있다. 국가 공인 자격증을 취득해야 예술과 예술가가 성립된다는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해 예술가는 관리되며 예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허용되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예술가의 열렬함을 곧잘 ‘여전히 배고픈’ 가난함으로 등치시켜 예술 비슷한 언저리나마 웬 떡인가 싶게 취업지원과 재교육과 일자리창출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이 참신한(!) 기획에 과연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실존자로서의 인정투쟁에 더하여 관청의 서류철에 끼워 넣을 예술의 자기증명이라는 ‘합법적’ 요구에 응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운용될 것이므로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결국 취지와 실효를 살피는 일, 따라서 예술의 요구와 예술가의 응대에 답하는 일은 여전히 ‘나’의 몫으로 남을 뿐이다.

 
 ▲ 타당성과 실효성 낮은 예술인복지법 - 윤찬영(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예술인복지법’이 2011년 11월 17일 제정되어 2012년 11월 18일부터 시행되었다. 제정의 추지는 예술인의 지위 향상과 복지 증진을 위하여 문화예술 분야 계약서의 표준양식을 개발·보급하고, 예술인의 업무상 재해에 관한 보호 규정을 마련하며, 예술인복지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하려는 것이다.

 법의 취지문이나 조문을 살펴보아도 예술인 ‘복지’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약하다.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는 법 제3장 사회보장 제7조(예술인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호) 단 하나뿐이다. 예술인의 업무상 재해 및 보상 등에 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아직 예술인과 관련된 특례조항 등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다만 한국예술인복지재단(법 제8조 이하)을 설립케 하여 사회복지사업을 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예술인복지는 국가복지보다 민간에서 자조(自助)적인 복지로 해결하겠다는 취지이다.

 이 법은 ‘문화예술진흥법’ 제16조에 따른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등 문화예술 재정 지원에 있어 우대할 수 있게 하려고 표준계약서의 작성을 규정하고 있다(법 제5조). 이를 위하여 예술인을 증명하기 위한 법적 규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법 제2조, 동 시행령 제2조, 동 시행규칙 제2조 별표).

 일반적으로 사회복지법은 대상자 자격요건, 급여의 요건, 급여 및 서비스의 종류 및 수준, 전달체계, 재정책임 등의 규정이 핵심을 이룬다. 이 법에서는 대상자로서 예술인을 규정하고 있는데, 예술인의 정의가 시행규칙 별표를 통하여 아주 복잡하게 제시되어 있어 논란의 여지가 많다. 정작 중요한 급여 및 서비스의 종류와 수준은 고작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에 그치고 있으며, 전달체계는 민간 재단을 설립하여 갈음하도록 되어 있어 국가의 책임도 미약한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들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법으로서 규범적 타당성도 낮고 실효성 역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대상자 자격조건만 논란이 되는 기현상을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 예술인복지법, 예술가들의 복지에 대한 실제적 지원 담보해야 - 이정덕(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현재의 예술인복지법은 아직 예술가들의 복지에 대한 실제적인 지원을 담보하지 못해 예술인의 복지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법적으로 예술의 공공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인정을 기반으로 앞으로 여러 내용들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표준계약서를 통해 불리한 계약을 막는 조항, 불리한 처우방지 조항, 산업재해보험과 관련된 조항만 있다. 나머지 조항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대한 것으로 이 재단이 예술인 사회보장확대 및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행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현재의 법 조항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항은 산업재해보험 조항뿐이다.

 앞으로 고용보험, 건강보험, 공공예술활동에 대한 수당, 연금 등과 관련된 합리적인 안이 만들어져 예술인복지법 조항에 포함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예술인복지재단이 법 조항에 명시된 내용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예술인 사회보장확대, 개별 복지지원, 직업안정과 고용창출 지원, 취약예술인지원 등의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아직은 창작준비금지원, 노령 및 장애 예술인 지원, 예술인 교육지원 바우처, 직업전환교육 등에 그치고 있다. 복지금고와 공제사업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방법도 찾아 수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100억 원에 불과한 예산의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현재 복지법에 따른 예술인의 기준이 너무 기계적이다. 앞으로 실질적인 예술인을 찾아내는 방법도 개선해야 한다.

 전라북도에서도 지금보다 능동적으로 ‘예술인복지금고’나 ‘예술인사회금고’ 등을 선도적으로 조성하여 예술인의 복지를 제고하고 전라북도의 예술과 창의성이 증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전라북도에서 빨리 문화재단을 예술인들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이들의 복지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들을 만들어 실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도청보다 문화재단이 이러한 작업도 훨씬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문화예술과 창의성이 전라북도가 미래로 발전하는 데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후기산업사회에서 어느 나라나 어느 지역이든 문화예술과 창의성이 부족한 곳은 낙후되기 때문이다.

 정리=송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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