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첫 울림은 지난 15일 고려대학교 문과대 교수 121명에 의해서 였다. 오늘날 고사 상태에 빠진 국내 인문학의 위기를 다같이 마음 모와 타개해 나가자는 결의로 ‘인문학 선언문’을 발표한 것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최동호(崔東鎬)원장이 발표한 선언문에는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삶의 궁극적 의미를 탐구하는 인문학은 시대를 초월해 가꿔가야 할 소중한 문화자산이지만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존립 근거와 토대마저 위협받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를 지적하고, 앞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창조정신을 고양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 선언문은 곧 바로 국내 여러 대학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오는 26일에는 전국 80여 개 대학 인문대 학장이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선언문을 지지하고 인문학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동성명서의 내용은 저때에 가서 천명(闡明)될 것이나 최동호 원장은 말하고 있다.‘그동안 대학교수들이 사회적 전환의 고비마다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한 정치적 의미의 시국 선언과는 다른 학문적 위기의 선언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것’이라고 했다.
새삼 인문(人文)이라는 말을 되챙겨 본다. 「역경」(易經)에는 천문(天文)과 인문을 나누어 말하였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엇섞이는 것이 천문이요, 우아하고 밝음이 머물음이 인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천문을 봐 때의 변화를 살피며, 인문을 봐 천하를 교화하여 이룩한다’(觀乎天文 以察時變, 觀乎人文 以化成天下)는 풀이다.
캐캐묵은 이야기라고 만 할 것인가. 인문은 세상살이의 절도(節度)와 사람살이의 질서(秩序)를 가르쳐 준다. 인문학의 바탕과 정신이 빠진 물질과 기계 만능의 사회로 치닫는 세상에서 사람살이의 인류문화를 생각한다면 이는 사상루각(沙上樓閣)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