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보는 절 망해사, 명승지 지정 염원
바다를 바라보는 절 망해사, 명승지 지정 염원
  • 김제=조원영 기자
  • 승인 2023.12.21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절 망해사 낙조

 황금 들녘이 끝없이 펼쳐지는 풍요의 땅 ‘김제’, 땅과 바다, 하늘이 하나 되는 지평선과 수평선을 볼 수 있는 곳 ‘망해사’.

 망해사에서 지평선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고향 어머니 품처럼 정겹고 평온함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망해사 뒤편 진봉산 전망대에 오르면 드넓은 만경평야와 갈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바람 소리가 더해져 오감을 즐겁게 한다.

 망해사는 한국관광공사의 ‘2020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인근 주민들은 망해사의 명승지로의 발돋움과 함께 다시 한번 풍요롭고 활기찬 고장을 꿈꾸고 있다.
 

진봉산 기슭에 자리잡은 망해사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절 ‘망해사’

 망해사는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深浦里) 해발 72m의 진봉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고,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너른 들판을 자랑하는 만경평야가 펼쳐져 있다.

 망해사는 부설거사가 창건하였으나 안타깝게도 땅이 꺼져서 바닷속으로 잠겨버렸다고 한다. 이후 ‘중도화상’이 중국에서 만경강 하류를 통해 한국으로 오던 중 이곳에 들러 100일간의 기도를 하고자 방 두 칸 정도의 조그만 암자를 짓고 망해사(望海寺)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 후 만경 출신의 진묵대사가 낙서전을 새로 지으며 망해사의 명맥을 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고대사회의 부설거사로부터 조선시대 진묵대사에 이르기까지 망해사는 바다를 바라보며 저명한 선승들의 수행처로 이어져 왔다. 그들 또한 서해에 저무는 낙조와 함께 자연으로부터, 또 재난으로부터 망해사를 지키고자 다짐했으리라.
 

만경강 하구에 위치한 진봉산과 망해사 전경

 ▲새만금과 함께 국가 명승지로 부활을 꿈꾸는 망해사

 현재는 국가사업인 새만금으로 망해사 앞의 경관은 다소 경관은 변화되었지만, 망해사는 여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승지로서 유구한 역사와 함께 희망찬 미래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염원이다.

 망해사에는 가늠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을 주민들과 함께하며 정신적 안식처로서, 또 때로는 지역의 자랑거리로서, 그리고 많은 사람이 찾아드는 관광명소로서 자리 잡으며, 지역민들의 혼도 함께 어려 있는 곳이다.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를 합쳐 부르는 호남평야의 중심지인 진봉면은 대부분 평야가 일제강점기에 간척된 곳이다. 그래서 풍요롭지만 아픈 곳이다. 아프지만, 또 아름다운 곳이다.

 드넓은 들판과 하늘이 만나는 지평선을 감상할 수 있고, 진봉산에 위치한 망해사 전망대에 오르면 일정하게 정리된 경지와 사방이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새만금 간척 사업지와 인접한 까닭에 지역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생업에 큰 변화를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실 ‘새만금’의 어원은 ‘김제’에 있다. 만경평야의 ‘萬’과 김제평야의 ‘金’을 합친 ‘만금’에 새롭다는 뜻의 ‘새’를 덧붙여 만든 말이다. 오래전부터 기름진 땅으로 유명한 만경·김제평야와 같은 옥토를 새로이 일구어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망해사

 ▲망해사 명승지와 함께 영그는 인근 주민들의 풍요로운 삶

 망해사가 위치한 진봉면은 새만금사업과 함께 자연환경과 생업환경에 급속한 변화를 겪어오기도 했다. 어업을 생업으로 삼던 어민들은 터전을 잃고 그들에게 바다의 부재는 여전히 쓸쓸함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지역주민들은 정신적 지주였던 망해사를 바라보며 미래의 희망을 꿈꿀 것이다.‘바다를 바라보는 절’ 망해사는 그 이름 그대로 주민들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망해사 인근의 봉화산 길곶봉수대는 또 서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로 들어오는 적선을 곧바로 탐지하는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김제평야의 끝 부분에 자리 잡아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바라보고 있는 심포리는 금강과도 연결되어 있어 예로부터 충청도와 전라도로 들어오는 외적을 쉽게 막을 수 있는 군사 전략상 중요한 요새지였다. ‘거전마을’ ‘전선포’ ‘봉화산’ 등의 지명이 이를 나타내고 있다.

진묵대사 영정

 ▲망해사 명승지를 염원하며

 망해사 인근의 명소였던 심포항은 바다의 수평선과 광활한 지평선을 볼 수 있고, 망해사에서는 서해 낙조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심포항은 예전에는 그 규모가 꽤 큰 포구였으며, 이웃한 마을 사람까지 조개를 캐기 위해 심포항 앞 갯벌로 모여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심포 백합을 먹고자 멀리서 찾는 이들도 많았다.

 조개채취업은 심포리를 중심으로 진봉면 사람들의 중요한 생업이었다.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들어가 캐온 조개로 논밭을 마련하고 자식을 가르치고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바다와 갯벌이 사라짐에 따라 이제 심포리의 화려했던 횟집단지는 사라지고 어선 몇 척만이 바다에 두둥실 떠 있다.

 세월이 변할지라도 망해사는 언제나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지역민들 또한 망해사처럼 바다를 간직하고 있다.

 진봉면 사람들은 뱃일과 조개를 캐며 자녀의 대학 등록금도 내고 시집·장가도 보내고 살림도 하며 살아온 삶 자체였기에 그러하다.

 그래서 바다를 잃은 지역민들은 논일 밭일을 하면서도 갯벌과 바다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들에게 망해사는 그 기억의 상징이며,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희망이다. 예로부터 관광지로 인식되었던 망해사가 명승지가 되어 예전처럼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활기를 되찾기를 염원하고 있다.

 김제=조원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