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사(修辭)를 부리지 않는 담백한 언어, 공숙자 시인의 ‘행주의 노래’
화려한 수사(修辭)를 부리지 않는 담백한 언어, 공숙자 시인의 ‘행주의 노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08.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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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숙자 시인은 시를 쓸 때 화려한 수사(修辭)를 부리지 않는다. 흔히 시적 허용이라 불리는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나 비문법적인 문장도 배제한다. 아마도 평생을 교육자로, 그것도 국어 교사로 살아왔으며, 모국어의 결을 자아내는 수필가이자 강골한 시 정신을 보여준 시인의 아내로 팔십 평생을 보냈던 까닭일 것이다.

 공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행주의 노래(신아출판사·1만5,000원)’은 재미있고, 따뜻하며, 생의 결기와 굳센 시론을 보여준다.

 공 시인은 한사코 웃음을 잃은 세상에 사람들을 좀 웃겨보겠다는 듯, 작품 속에 웃음코드를 심어두고 있다. 평소에도 권위나 허세보다는 실질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사물에 가치를 부여했던 시인의 해학미가 담겨 시집 전반을 지배한다.

 또한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따뜻한 정서가 담겨있다. 시인은 당연한 듯 보이는 일사에, 매우 하찮아 보이는 도움에도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야말로 감사한 인연들이 쌔고 쌨다. 아픔 속에서도 감사를 찾는 그 마음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해주는 비타민이다.

 “시라는 것이 꼭/ 노래처럼 선율 고와야 하고/ 그림처럼 색채 고와야 하는 것/ 아니데 // 중략 // 시는 그저 그런 시/ 마냥 /좋기만 하데.”(「시는 그저」중에서)

 공 시인이 세운 시론에 단호한 결의가 읽힌다. 이유 없이 난해한 시, 모호한 이미지만을 나열한 시, 말장난 같은 시는 진즉 탈락이다. 자신의 시에 확고한 시론을 갖추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는 높고 결기도 그만이다. “내 목숨 마지막 소용/ 걸레였으면 하네”(「행주의 노래」중에서)라는 당찬 포부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 힘을 받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른 다음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공 시인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초·중·고, 전북도립중등여성중고등학교에서 일했다. 1985년 ‘월간문학’에서 수필, 2021년 ‘표현’에서 시로 등단했다. 저서로 수필집 ‘그늘을 날지 않는 새’, ‘마음밭 갈무리’, 시집‘알고도 모르고도’가 있다. 전북여류문학회장, 전국대표에세이회장, 전북수필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북수필문학상, 전북여류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예총하림예술상, 여산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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