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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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3.03.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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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인터넷 커뮤니티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불과 30여년전만 하더라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와 같은 PC통신은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다. 21세기 초입,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선도하겠다는 김대중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IT 강국이 되었고 오히려 실생활의 동호회 활동이 ‘온라인 모임’과 구별되는 ‘오프라인 모임’으로 호명되기까지 하였다.

2023년, 바야흐로 인터넷 커뮤니티 전성시대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 수가 수백만이다. 요즈음은 자신의 직장을 인증하고 익명으로 글을 쓰는 커뮤니티도 인기다. 직장동료끼리 직장 생활의 애환을 소주잔을 기울이며 털어놓던 시대를 지나, 이젠 익명에 기대 아무런 연이 없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

잘 나가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망하는 이유가 몇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 일부가 서로 친밀한 관계를 내세우며 친한 척을 하는 ‘친목질’이 대표적이 예다. ‘친목질’은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소외감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일부만 이용하는 커뮤니티가 된다. 한편 혐오에 기반한 악성 댓글이 많아질수록 이용자들의 게시글이 줄어들게 되어 커뮤니티가 침체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악성 댓글이다. 악성 댓글은 커뮤니티의 침체뿐만 아니라 게시글을 올린 사람에게 2차적인 피해를 준다.

악성 댓글은 법적으로 처벌된다. ‘팩트’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처벌 받는다. 대상자의 사회적 평판과 지위를 떨어뜨릴 정도면 욕설도 모욕죄로 처벌된다. 연예인 기사에 줄줄이 달린 악성 댓글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빈번해지자 기사 댓글을 막기도 하였다. ‘손가락 살인’이라고 불릴 정도다. 악성댓글 등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범죄는 최근 5년간 매년 1만 8천여건 정도로 수가 늘고 있다. 익명성에 기댄 온라인에서의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는 전파력이 매우 빠르고 파급력이 커서 피해자에겐 치명적이다.

문제는 악성 댓글이 표상하는 사회의 갈등이다. 2021년 영국 킹스컬리지 대학이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28개국 가운데 이념, 빈부, 성별, 학력, 정당, 나이, 종교 항목에서 갈등 심각이라고 답변한 국민의 비율이 제일 높은 나라는 대한민국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발간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갈등은 최상위임에도 갈등관리는 최하위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정치학에서 정당 정치와 민주주의 공론장의 갈등을 의미하는 ‘정치 균열’을 넘어 사회발전을 가로막는다. 우스갯소리로, 하지만 자못 진지하게, 한국의 출산율 저하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젠더 갈등과 비교 문화라는 해석도 있다. ‘알빠노’(내가 알 바가 아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터넷 신조어에서 보듯 우리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만연하는 각자도생의 전장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악성 댓글이 표상하는 갈등구조는 ‘갈라치기’ 전략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권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수와 진보 모두 공화국의 공화적 가치를 다시금 새겨야 한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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