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기부와 나눔이 남긴 과제
우리 사회 기부와 나눔이 남긴 과제
  •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1.12.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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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2021년 한해도 이제 그 끝에 서 있다.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공습이 길어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립과 단절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더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산업사회의 특징인 ‘파편 사회’(fragmented society)로의 이행이 더욱 빨라지면서 개인화 현상이 굳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다준 소득 감소나 중단 그리고 사회적 관계의 제약으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은 저소득층에게 관용 없는 각자도생의 길은 강요하고 있다. 노인도 예외가 아니다. ‘외로움이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라는 사회적 소외와 무위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힘겨운 일상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정신건강의 위험은 이제 노인을 넘어 사회 전체로 빠르게 확산하며 위기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 상황은 어떤가? 전라북도 자료에 따르면, 고령 인구비율은 21.04%로 전국 3위이고 등록장애인도 인구대비 7.3%(전국 평균 5.1%)로 전남(7.6%)에 이어 2위에 자리하고 있다. 법정 빈곤율은 5.51%로 전국 1위이며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2014년 8만1,000명에서 2020년 11만4,00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규모가 최소 12만6,000명에서 최대 33만5,000명으로 추정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디 이뿐인가. 경기침체와 함께 전북지역의 법인과 개인 포함 신생기업 10곳 중 7곳은 5년도 생존하지 못하며, 소규모 상가 공실률 또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암울한 뉴스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과연 공존을 위한 돌파구는 있는 것인가?

최선은 아니지만, 기부와 나눔의 실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년 연말연시 집중모금을 통해 소외된 이웃에 온정을 전하고 있다. 올해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73억 5천만 원을 목표로 ‘사랑의 온도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첫해였던 작년, 우리 전북은 목표달성률 164%를 기록해 전국 1위를 기록했음은 물론 1999년 ‘사랑의 온도탑’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22년 동안 연속 100도를 넘기는 대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기업 모금보다 개인 기부자들의 십시일반 온정이 일군 성과라는 점이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기부와 나눔은 인간애의 실천과 함께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투자일 수 있다. 과거 ‘가진 자’의 전유물로 치부되었던 기부와 나눔이 최근에는 ‘만인을 위한 만인의 사랑’으로 인식되면서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참여로 새로운 기부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우리 사회 기부문화가 지속적인 ‘생활 속 기부’보다 연말연시 속칭 ‘불우이웃돕기’라는 ‘일회성 기부’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이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1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 순위는 세계 114개국 가운데 110위에 그치고 있어 우리 사회 기부와 나눔의 동력이 힘을 잃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그래도 우리가 여전히 민간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것은 국가에 의한 공공복지의 빈자리를 우리가 채워 지역공동체를 ‘함께’의 가치로 바로 세울 수 있다는 큰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우리들의 여정에 시민사회의 건강성이 복지국가의 문을 여는 열쇠임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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