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AI와 미래농업
기후변화에 따른 AI와 미래농업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1.10.1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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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올여름 서유럽과 중국 중부 지방에 내렸던 기록적인 폭우가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형’이다. 거의 비가 오지 않던 중동의 오만 국가에 3년치 강우량이 하루 만에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 8월 6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제54차 총회에서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를 승인하였다. IPCC는 1988년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협의체로, 기후변화 상황과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다.

IPCC는 2013년 제5차 평가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8년만에 제6차 평가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는 기후변화 상황과 전망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의 3가지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가 당면한 현재의 위기 상황과 원인에 대해 “기후변화는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것은 인간의 영향에 의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 앞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가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수록 지구 온도는 오르고, 온도가 오르면 기후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기후도 더욱 나빠지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셋째, 기후변화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고, 온실가스를 크게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농업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산업화로 인해 경작지는 축소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인구도 고령화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인간 생존에 필요한 쌀, 밀, 대두, 옥수수 같은 곡물 가격은 생산과 소비에 비해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곡물 생산국이 식량자원화를 앞세워 식량수입국을 압박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깊은 상황이다.

2019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8% 정도이지만 곡물만 따지는 곡물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주식인 쌀의 자급률은 92.1%이지만(쌀 의무 수입 물량 때문), 대두, 밀, 옥수수의 자급률은 각각 26.7%, 0.7%, 3.5%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안보 위기는 고스란히 밥상물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이 2020년에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의 기후는 아열대성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재배되고 있는 농수산물 상당수가 생산이 불가능해지거나 생산량이 확 줄게 된다. 환경부는 오는 2100년까지 벼는 25%, 옥수는 10-20%, 여름감자는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환경에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팜 농업시장은 2020년 말 기준 5조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최근 5년간 연평균 8.4%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시장 규모는 4,000억달러(약 476조원)이고 최근 5년간 연평균 16% 성장세를 보였다.

스마트팜 농업이 잘되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의 농지 면적은 우리나라와 엇비슷하지만 연간 농식품 수출액은 1,100억달러(약 131조원)에 달한다. 수출규모로 보면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다. 네덜란드 농업에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농업 클라우드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18년부터 세계에서 유일하게 매년 ‘농업 AI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AI를 비롯한 각종 ICT가 농업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농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ICT를 적용해 종자개발부터 농산물 재배, 가공,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농업 밸류체인(생태계) 전체를 혁신해야 한다. 이것을 할 수 있는 농업 AI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우리의 경우 농업 AI 전문가가 전무한 실정이다. 농업 분야는 물론이고 식품분야에서도 AI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일부 분야에서 AI 적용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농업 분야 인력이 ICT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관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농업과 ICT를 융합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농업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델프트공대에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애그테크 인스티튜트(Agtech Institute)라는 기관을 설립했다.

우리도 공대나 농대에 농업과 IT를 접목한 기관이나 교육과정을 만들어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농업 분야 전공자가 IT 인재 양성 교육을 통해 소프트웨어 기술을 익히되, 단순히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의 질문에 전문가들이 답을 찾아가는 문제기반학습(PBL, Problem based Learning) 방식의 교육이 중요하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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