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속에 피는 아름다운 이름, 부부(夫婦)
고난 속에 피는 아름다운 이름, 부부(夫婦)
  • 서거석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전 전북대 총장
  • 승인 2021.07.21 15:2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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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인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다. 철저한 방역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결혼식장에서 코로나가 확산됐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아 다행이다. 신랑 신부의 새출발을 축하하러온 하객들에게 문제가 없으니 그 자체가 축복이 아닌가 싶다.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열정적으로 사랑하여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다가도 서로 갈라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정적인 사랑의 유효기간은 900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로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두 사람 하기 나름이다. 결혼 생활은 서로 존중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5월말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 1분기 이혼 건수가 2만 5,20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 증가했다. 실제로 이혼율이 해마다 계속 2% 정도씩 상승하고 있다. 이혼은 단지 부부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자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에 신중해야 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존중과 배려가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는 아내와 오랜 세월을 함께 했다. 마냥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건 결혼 3년 만에 당한 아내의 교통사고였다. 아내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지도하러 갔다가 시외버스에 치어 중상을 입었다.

당시 아내의 상태가 너무 심각해 생사를 가늠할 수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데가 없었다. 그런 아내의 병상을 지키며 온힘을 다해 간호했다. 그리고 아내를 내 곁에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 내 정성이 통했는지 3년 만에 아내는 긴 병원생활을 마감했다. 그 기간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아내의 소중함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몸의 상처가 아물었다고 병간호가 끝난 게 아니었다. 큰 교통사고 이후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신경통 등 여러 후유증이 남는다. 그 중 외상 후 스트레스(우울증)가 무서운 것이었다. 아내는 사소한 일에도 뜻대로 안되면 생을 포기하려고 했다. 보이지 않는 병과 싸우는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그간 간병하랴, 육아와 살림하랴, 그리고 수업 등으로 힘겹게 30대 중반을 거쳐 40대 후반을 맞이하였다.

그 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가족의 지극한 정성과 아내의 의지로 후유증을 떨쳐내고 완전히 정상을 되찾았다. 아내는 퇴직 후 지금은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지금도 아내는 내 간호 덕에 자신이 생존할 수 있었노라고 고마워한다. 나로서는 아내가 소중해서 한 일인데 칭찬을 받으니 쑥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오히려 감사한 것은 나다. 총장과 학장을 하면서 공적인 일을 위해 월급을 헐어 쓰느라 빚만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공적인 일을 맡지 않았다면 지금 20년 넘은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우리 아이들이 월세방을 전전하며 어렵게 공부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지금도 나의 든든한 우군이다. 아내의 기도와 믿음으로 외부활동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기저에는 우리 부부의 존중과 이해, 그리고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 속에 어렵게 출발하는 저 신혼부부가 서로의 믿음으로 평생을 같이 살며 함께 늙어갔으면 하고 가만히 두 손을 모아본다.

서거석<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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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진 2021-10-28 23:26:46
이젠 두분이서 꽃길만 걸으세요^^
ㅇㄹㅇㄹ 2021-07-23 12:46:32
대단하십니다
화이팅 2021-07-22 02:43:43
부부의 사랑, 서로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맘 으뜸입니다.
행복하세요
손한섭 2021-07-21 21:02:02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