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기획> 고창서 백향과 재배하는 민관식·김희자 부부
<귀농귀촌 기획> 고창서 백향과 재배하는 민관식·김희자 부부
  • 고창=김동희 기자
  • 승인 2021.03.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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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콤달콤 100가지 맛, 아열대 과일 백향과 맛보세요.”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지나고 비로소 따뜻한 신축년 새해 봄날이다. 들녘에선 영농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과거에는 수입해서 먹어야 했던 아열대 과일의 국산시대가 열리고 있다. 6년전부터 한반도 농생명수도 고창에서 백향과 농사에 뛰어든 민관식·김희자 부부의 성공스토리를 담아봤다.<편집자 주>  

 서울 토박이 민관식(43)·김희자(39)씨 부부는 직장 생활이 바빠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고, 두 딸이 크는 것도 제대로 못 보는 도시 생활이 힘들어 지난 2015년 고창군 대산면으로 귀농했다.

 고창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인터넷으로 귀농 관련 정보를 검색하던 중 귀농귀촌 1번지로 고창군이 나오는 것을 보고 관심이 끌렸다.

 민씨는 “고창에는 수박, 체리, 멜론, 땅콩 등 다양한 특화 작목을 재배하는 이들이 많아 ‘초보농도 주변에서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고창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내 김씨도 “산(선운산, 방장산)과 들, 바다, 강, 갯벌을 모두 품은 뛰어난 자연환경은 물론, 의료(고창종합병원, 석정웰파크병원, 보건소), 문화(동리국악당, 군립미술관, 문화의전당, 작은영화관) 혜택도 일반 도시에 뒤지지 않아 좋았다”고 말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 가는 희열”

 지난 3일 오후 고창군 대산면의 한 비닐하우스. 실내 온도가 30도 넘는 하우스에서는 남미지역이 주 원산지인 열대과일 ‘백향과(패션프루트)’가 짙은 보라색으로 익어가고 있다. 전라북도 고창산 열대과일이다.

 부부는 귀농 초기에는 농사 경험이 없어서 복분자, 배추 파종, 고추 수확 등 대농들의 농사를 도와주면서 생계를 꾸렸다. 소득이 넉넉지 않아 고민하던 중 백향과가 돌파구가 됐다.

 백향과는 브라질 남부지역이 원산지로 열대기후에 적합한 작물이다. 백향과는 최근 뷔페식당에서 선보이며 반으로 잘라놓은 열매를 스푼으로 또는 주스 형태로 음용해 염증제거와 독을 없애 주는 청열해독, 안신작용, 기침 진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씨가 과감하게 열대과일 농사에 도전한 것은 수확이 빠른 특성과 시장 접근성 때문이었다. 그는 “열매가 열리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다른 과수와 달리 패션프루트는 첫해 곧바로 수확할 수 있다”며 “열대 과일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인근 광주 등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어 시장을 찾기도 더 좋다”고 설명했다.

 백향과는 국내 수요가 확실했지만, 공급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부가 재배를 시작할 무렵 국내엔 외국산 냉동 백향과만 유통됐고 마땅한 재배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에서 재배하는 기술을 적용해봤지만, 그마저도 기후가 달라 실패를 맛봤다. 또 생산량이 정상 소출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민씨는 지렁이가 살아야 건강한 땅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토양 관리부터 시작했다. 지렁이가 살도록 해주는 영양 가득한 흙 총 15t을 밭에 뿌렸다.

 이렇게 밭의 ‘기초체력’부터 다진 후 재도전. 정식 후 하우스 온도는 15~30℃로 맞춰주고 매일 1~2시간씩 환기했다. 물은 보름에 한 번 간격으로 줬다. 땅 자체가 진 땅(점성토)이어서 관수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후 작물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하우스 내부 온도 및 습도를 적절하게 맞춰주니 고품질의 열매를 수확하게 됐다. 백향과는 익으면 스스로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수확에 따른 노동력이 거의 들지 않는다. 수확시기에 바닥에 떨어진 과실만 주워 담아 포장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농사를 지으면서 쉽게 재배할 수 있다.

  초기에는 백향과를 위탁 판매해 수입이 적었으나, 지금은 소비자들과 직거래하고, 2019년부터 무농약 백향과로 인증받고, 홈페이지를 통해 농장의 깨끗한 모습을 공개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여서 매출액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턴 연매출 1억원을 넘기고 있다.

 민씨는 농사에 있어 가장 좋은 거름은 농부의 발걸음이라며, 집 앞마당에 하우스 5동을 짓고 아내와 함께 매일 백향과를 관리하면서 ‘고창 백향과 향기 가득 농장’을 즐겁게 운영하고 있다.

 민씨는 “어느새 귀농 6년차가 되고, 이제는 두 딸이 서울보다 고창을 더 좋아한다. 고창으로 귀농하길 참 잘 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고창=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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