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를 그리는 이다희 작가 ‘음악을 번안하는 방법’전
악보를 그리는 이다희 작가 ‘음악을 번안하는 방법’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8.06 16:4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 한지와 완판본에 담은 바흐의 음색

 악보를 그리는 이다희 작가가 지난 5개월 동안 전주에 체류하면서 진행한 ‘전주 완판본 목판과 전주 한지를 활용한 화성 연구’에 대한 특별한 결과물을 공개하는 자리를 갖는다.

 (재)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정정숙) 팔복예술공장이 8일부터 9월 15일까지 2019 창작스튜디오 기획입주 작가로 활동한 이다희 작가의 ‘음악을 번안하는 방법’전을 2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전시회를 앞두고 만난 이다희 작가는 “제 작업은 음악의 각 요소를 색과 형태로 변환해 표현하는 것인데, 주로 클래식 음악의 패턴과 구성 등을 통해 추상회화의 가능성과 설치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가 선보이는 작업은 고전 작곡가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음악과 회화 사이에서 느끼게되는 융복합의 감성이다. 오선지로 연상되는 서양 악보법을 컬러 그래픽으로 바꾸어 악보화하는 작업으로, 관객은 그가 장치한 공간을 배회하면서 곡의 전반적인 흐름과 분위기 뿐만 아니라 음악의 숨겨진 원리를 파악하는 이색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전주의 유·무형의 자산인 한지와 완판본을 활용해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작가가 이번 작업에서 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유는 예전부터 숙제처럼 남아있었던 화성의 실현 방법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이십대 초반부터 고전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화성을 시각화하는 일이 늘 아쉬운 점으로 남아 있었던 탓이다.

 이를 테면, 계이름은 색의 변화로 나타낼 수 있지만, 화성적인 부분을 시각화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화성의 울림을 색의 중첩, 여러겹을 쌓아 입체감 있게 나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표현이 어려웠다. 색을 겹쳐 칠하다 보면 톤이 다운되고, 유화는 너무 무겁게 표현돼 부적절했다. 그래서 꼭 만지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던 것이 한지였다. 그 한지는 전주에 있었다.

 “팔복예술공장이 과거 카세트공장이었다는 사실 또한 전주로의 마음이 끌렸던 이유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음악이 있었던 공간, 음악이 만들어지던 공간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저의 작품이 재생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험과 실험을 즐기는 그의 성격은 전주에 처음 입성한 날부터 드러났다. 팔복예술공장 창작스튜디오 입주를 위해 면접이라는 관문을 앞두었던 지난 겨울, 전주에 도착해 무작정 핸드폰을 켜고, 지도를 열고, 좌표를 찍었다. 가장 처음 만난 곳에서 물어물어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한지산업지원센터를 찾아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고, 한지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한지를 알아가고, 완판본문화관을 추천받아 공부하고, 이후에는 한지 생산 업체까지 인연의 고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팔복예술공장에 입주작가로 선정되면서, 이곳 구성원들의 협력으로 전주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통한 예술 창작의 실험이 확장될 수 있었다.

팔복예술공장과 걸어서 10분 거리인 성일한지에서 구한 샘플로 꿈꿔왔던 느낌을 최대한 살려낼 수 있었다. 촘촘한 한지의 결 덕분에 수채화 물감으로도 안정적인 발색이 가능했다. 재료에 대한 물성부터 습득하는 과정부터 수일이 걸렸지만, 그렇게 전주에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은 행복했다.

 그에게는 분위기로 다가오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바흐처럼 개별음이 조직적으로 파고드는 음악도 있다. 이는 곧, 바흐가 작가에게 색으로 다가온 연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곡가나 특정 곡을 번안해 오고 있다. 물론, 직접 연주를 할 수 있는 곡만이 대상이다.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반드시 자신이 마스터한 곡만을 활용하는 시각예술가의 언어와 열정이 흥미롭다.

 전시는 그의 작업이 학자적 태도와 예술가의 실천 사이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도큐먼트랩’부터 음악의 기본 구조를 분석하는 ‘화음 연구’, 음과 색을 놀이로 구성하는 ‘프렐류드 놀이’, 지난 10년 동안 수행해 온 음악 번안 사례 연구를 보여주는 ‘번안들’등으로 구성된다.

 한편, 전시 오프닝 리셉션은 9일 이뤄지며, 20일에는 ‘뮤지엄 나잇-렉처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이날에는 장원 평론가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이 작가의 작품세계와 프로젝트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김진석 피아니스트 연주도 함께한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YSH 2019-08-12 14:59:34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