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41>요놈이 또 섰소
가루지기 <541>요놈이 또 섰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3.0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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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17>

“숨이나 좀 돌리자, 세월이 좀 먹는 것도 아닌데 머시 그리 급허냐?”

허망한 꼴을 보아서일까, 이생원이 성질을 냈다.

미리 준비해 둔 명주 수건으로 사내의 등짝이며 가슴패기를 닦아주고, 마지막으로 고개를 팍 숙인 거시기 놈까지 정성스레 닦아 낸 옹녀가 콧소리를 냈다.

“주모 아짐씨가 먼 잘못이 있다고 홰럴 내시요? 암튼지간에 방사럴 허셨으면 된 것이제요?어뜻던가요? 이년의 밭고랑이 쓸만언 허든가요?”

“쓸만허다마다, 내 오입으로 날밤을 새운 날도 숱허게 많다만 너같은 요물계집은 또 첨이구나. 한번 죽은 요놈을 살려낸 것만으로도 네 년은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허니라. 내 약조를 지키마.”

이생원의 목소리가 부드러워 졌다.

“고맙구만이라. 이년언 극락에 댕겨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진디, 거그다가 꽃값꺼정 후허게 주신당깨, 하늘얼 날을 것 같소.”

옹녀 년이 사내의 가슴을 혀끝으로 핥으며 손으로 거시기 놈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그러자 이생원의 거시기 놈이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조금 전 엉겹결에 한 방사가 아무래도 섭섭했던 모양이었다.

“요놈이 또 섰소.”

“니 손이 약손인개비다. 그 놈이 제 정신이 아니던지.”

“이년이 머라고 했소? 이년 손얼 타고도 안 일어서는 놈언 없다고 안 했소? 어뜨케 허끄라? 한바탕 더 허끄라?”

“급헐 것이 있냐? 아까막시 본깨 그 놈이 죽어도 니가 살려줄 판인디, 술이나 마시고 허자. 아무래도 내가 오늘루다 팔령재를 넘기는 틀린 것 같구나.”

“알아서 허시씨요. 나리만 좋담사 이년언 아무래도 괜찮허구만요.”

“니 맘이 곱구나. 주모, 술상을 들이게.”

이생원이 밖을 향해 나즈막히 말했다.

“예, 나리.”

주모가 얼른 술상을 들였다. 개다리 소반에는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닭 백숙이 통채로 올려 있었고, 술은 독한 화주였다.

“허면 맛 있게 잡수씨요. 옹녀야, 이년아, 생원 나리럴 부처님 뫼시드끼 뫼셔야헌다이.”

옹녀 년을 향해 눈을 찡긋하고 돌아서려는 주모를 이생원이 불러세우고 전대를 열었다.

“잠시만 있게. 내 자네한테 술얼 같이 마시자고는 못할망정 술값은 미리 주어야겠네. 어떤가? 이만하면 안 섭섭허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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