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땅을 사랑하는 고원지기 '진안고원길'
진안 땅을 사랑하는 고원지기 '진안고원길'
  • 권동원기자
  • 승인 2012.06.13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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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고원길 그곳에서 진안의 마을과 사람을 만나고, 수 천년 동안 형성해온 땅위의 경관은 제주올레길, 지리산둘레길과 비슷하면서 또 다른 재미가 곳곳에서 넘쳐 난다.

‘진안고원길’은 걷는 길 진안고원길을 발굴하고 잇고, 함께 걷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진안사람들이 모여 길을 통해 진안땅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 생태와 긍정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배낭 하나 걸쳐 들고 뚜벅 뚜벅 내 고향 진안 산하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금남호남정맥을 넘고, 섬진강 금강을 건넜습니다.”

진안고원길은 그 옛날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을 이름 모를 나지막한 고갯길을 넘기도 하고, 동구 밖 어린아이들이 물장구 치고 놀았을 실개천을 건넌다.

곱게 뻗은 소나무보다는 풍상을 견디어낸 휘인 소나무가 더 아름다웠고,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보다는 굽이굽이 휘어 감긴 개울이 더욱 멋있었다.

걷는 길 진안고원길을 발굴하고 잇고, 함께 걷는 사람들의 모임 진안고원길.

2010년 여름 10박11일 일정으로 백운면 신정마을에서 진안군청까지 164km를, 그해 겨울 184km, 2011년 여름 6박7일로 홍삼스파에서 부귀면 장승까지 112km를 걸었다. 그리고 2011년 겨울 동호회의 모태가 되는 대장정이 있었다.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를 주제로 10월1일 군청 느티나무를 출발해 진안고원길 13개 코스 213km를 완주했다.

덤으로 12월 31일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만나는 주화산에서 회원과 진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등띄우기로 해넘이로 한해를 마무리했다.

겨울대장정을 기록한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 책을 출간하고 지난 4월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43명이 뜻을 같이했다.

그저 걷는 게 좋아서 모이는 사람들이 진안땅, 진안사람이 좋아 고원길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한 마음으로 뭉쳤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고원길지기’라 부른다.

물론, 고원길지기들은 매주 걸으면서 교감한 가족같은 끈끈한 정으로 뭉쳤다.

동호회라는 울타리로 거듭난 진안고원길은 매달 정기 걷기모임과 수시로 번개 걷기로 만난다.

진안 곳곳은 물론 제주도 올레길, 경남 남해를 답사했으며 또 군산 이희근, 함양 이상환 회원이 구불길과 화림계곡으로 초청해 그들의 고향길을 걷기도 했다.

회원 중에는 전주, 익산, 군산은 물론 경상도에서도 참여하고 있으며, 87세 최고령 박기춘(마령면), 76세 최한조(정천면 마조마을) 할아버지부터 엄마, 아빠 손잡고 참가한 어린아이까지 다양하다.

진안고원길은 동호회를 구성하고 회원들이 월회비를 모아 운영된다. 그러나 회원이 아니더라도, 처음 만나는 얼굴이더라도 누구나 반갑게 맞이하고 같이 걷는게 여타 동호회와 다르다. 그래서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넘버투로 불리는 최한조 할아버지는 “한평생 진안에 살면서도 내가 사는 마을이나 겨우 알고 살았는데 진안 곳곳을 둘러보고 진안의 새로움을 느꼈다.”며 “심장수술로 고원길걷기를 잠시 쉬고 계신 박기춘 형님과 함께 걸을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씨없는 곳감으로 유명한 마조마을 최 할아버지는 간식거리로 곳감을 가져오며, 회원들에게 감식초를 선물하는 등 같이 걷는 회원을 넘어 모두가 자식같은 가족으로 느낀다.

걸으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최 할아버지 같은 회원들이 바리바리 가져온 간식거리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떡, 과일, 쵸코바, 군고구마 등 먹거리를 한아름씩 안고 온다.

해파리 냉채, 전어회무침은 막걸리 안주에 제격이고, 추운 몸을 녹여주는 어묵과 감잎차, 꺼진 배를 채워주는 군고구마는 회원들이 다시 길을 걷도록 유혹한다.

휴식시간에 먹을 것을 나누어 먹으면서, 추위와 미끄러운 비탈길을 염려해주면서 정이 든 것이다.

김명순(진안군청 경로아동계장)씨는 “투병생활로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진안 곳곳을 누비는 재미, 사람을 만나는 재미, 고원길 수간에 대해 설명하는 재미 그리고 걷는 중간에 막걸리와 간식을 먹는 재미는 병마로 지쳐있던 저에게 이 모든 것이 행복이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진안고원길이 만나는 토요일이 기다려진단다.

김 계장은 2년 전 혈액암 선고를 받았다. “아직 완치되지 않았지만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고원길 걷기가 건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환하게 웃는다.

군산댁 이희근, 오옥춘 부부는 “진안고원길을 걷다 진안사람과 진안산천이 좋아 진안에서 노후를 보내기로 결정했다.”며 요즈음 빈집 찾기에 바쁘다.

최규영(진안향토사연구소 소장) 회장을 중심으로 박주홍 운영위원장, 정병귀 사무국장이 쌍두마차로 진안고원길을 이끌고 있다.

권대웅(무거마을), 김명순(진안군청), 구자인(마을만들기지원팀), 송선순(천상데미펜션), 정병윤(산하농장), 정영춘(진안고원블루베리농장), 임준연(진안신문), 한규애((주)물거) 운영위원으로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고원길지기 버팀목 정병귀 사무국장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진안이 좋아 성수면에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길과 이야기를 발굴하며 고원길 가꾸기에 바쁘다.

지리학을 전공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길에 관한 각종 세미나 등을 찾아 전국을 돌며, 진안고원길에 접목한다.

매주 걷는 행사를 기획하고, 물론 회원들을 챙기는 일까지 정국장의 머릿속에는 온통 진안고원길이다.

박주홍 위원장은 “진안땅을 사랑하는 고원지기들의 발자국으로 이어놓은 진안고원길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걸었고, 아버지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지금 우리가 걷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아들 딸들이 걸을 길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진안고원길을 걸어보기를 권장하며 우리 일상의 주변에 있었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놀라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회장 인사말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그럴만한 지면이 있으면 진안고원길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주문할 정도로 고원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진안=권동원기자 kwondw@

▲진안고원길은

진안고원길은 진안땅 고샅고샅 마을과 마을을 잇는 200km에 이르는 길이다. 14개 길은 평균고도 300m 고원에서 100개의 마을과 50개의 고개을 지나며 진안이야기를 담아 낸다.

진안고원길은 걸어서 만나는 도보여행길이고, 고원의 삶을 만나는 문화여행길이고, 진안사람과 교류하는 공정여행길이며, 놀며 쉬며 재미진 느린여행길이다.

개발과 발전이 덜한 진안땅. 그래서 진안고원길 걷기여행은 더 한적하고, 더 불편하고 더 설렌다.

‘북에는 개마고원, 남에는 진안고원’이 말하듯 진안땅은 산이 많고,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물길은 맘껏 굽어진다.

진안고원길에는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 있고, 금강의 최상류 물길도 흐른다. 남정맥과 호남정맥이 길이 만나 1,000m가 넘는 고산준령 금남호남정맥이 지나간다.

이처럼 산과 물이 많은 진안땅 곳곳에 수 백개의 자연마을이 자리하고 진안사람들이 살아간다.

마을길,논길,밭길,산길,숲길,물길,고갯길,옛길,신작로,고원길 등. 더구나 고개가 수백개에 달하는 산촌 땅에서 진안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와 이야기가 가장 흥건히 축적된 공간이다.

홈페이지 : www.jinangowongil.kr

다음카페 : http://cafe.daum.net/jinanma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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